주식시장 활황기에 기업공개(IPO), 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 상장사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주식 의무보호예수 해제를 앞두고 ‘오버행(대규모 잠재적 매도 물량)’ 리스크가 불거지면서다. 주가 상승을 주도한 2차전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업에 오버행 리스크가 집중적으로 부각되면서 증시 회복세가 더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1월 27일 우리사주 792만여 주(지분율 3.4%)가 보호예수 해제를 앞두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4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주가가 공모가(30만원) 대비 60% 높게 거래돼 많은 투자자가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J CGV는 7000억원에 달하는 CB 물량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CJ CGV는 작년 6월과 올해 7월 각각 3000억원, 4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이 중 6200억원가량이 상환이 안 됐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발행된 CB의 전환가격은 각각 2만6600원, 2만2000원이다. 이날 종가는 1만9600원이다. CB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물려 있다는 얘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오를 때마다 CB 투자자들의 전환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 상승이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일하이텍, 새빗켐, 더블유씨피 등 올해 하반기 상장한 2차전지 관련주도 지난달까지 상승세를 이끌다 약세로 전환했다. CJ CGV, 파라다이스, 롯데관광개발 등 리오프닝주는 중국 코로나19 봉쇄 정책 해제 기대로 지난달 급등했지만 상승세가 꺾인 분위기다.
앞서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도 주요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증자를 통해 자금을 미리 끌어온 항공사 등의 주가 상승세도 멈춘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금리 상승으로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오버행 물량이 주가를 계속 짓누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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