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국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5.95% 내린다.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정부가 보유세 부담 완화 차원에서 공시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려서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1월1일 기준 표준지와 표준주택의 공시가격을 공개하고 소유자 의견을 받는다고 14일 밝혔다. 표준지는 전국 3502만필지 중 56만필지, 표준주택은 전국 단독주택 411만가구 중 25만가구가 대상이다.
내년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으로 5.95% 하락했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 하락은 2009년(-1.98%) 이후 14년 만이다. 2020년에는 4.47%, 2021년엔 6.80%, 올해는 7.34% 뛰었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 현실화율은 53.5%로, 올해(57.9%)보다 4.4%포인트 낮아졌다.
지역별로 서울(-8.55%) 공시가격이 가장 크게 떨어졌다. 이어 경기(-5.41%), 제주(-5.13%), 울산(-4.98%)에서도 하락 폭이 컸다. 전국 평균보다 공시가격 하락률이 작은 지역은 전남(-2.98%), 강원(-3.10%), 부산(-3.43%) 등이다.
서울 내에서도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구(-10.68%), 서초구(-10.58%), 송파구(-9.89%)와 용산구(-9.84%), 마포구(-9.64%) 공시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노원구(-6.16%)·도봉구(-4.55%)·강북구(-4.73%) 등 '노도강' 지역 하락률은 서울 평균(-8.55%) 이하였다.
저가주택보다 현실화율이 높게 책정됐던 고가주택이 많은 지역에서 현실화율이 조정되면서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공시가격 하락으로 집주인들이 내야할 세금도 줄어들 전망이다.
연합뉴스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한 보유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11월 기준 실거래 시세 17억원인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올해 14억3520만원에서 내년에는 12억8010만원으로 낮아진다. 1주택자인 보유자가 80%의 세액 공제를 받는다면 보유세는 올해 372만3000원에서 내년에는 312만5000원으로 약 60만원 줄게 된다.
한편 내년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평균으로 5.92% 내렸다. 2009년(-1.42%) 이후 14년 만의 하락이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2021년엔 10.35%, 올해는 10.17% 오르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었다.
시도별로는 경남(-7.12%), 제주(-7.09%), 경북(-6.85%), 충남(-6.73%)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용도별로는 임야(-6.61%), 농경지(-6.13%), 주거(-5.90%), 공업(-5.89%) 순으로 하락률이 크게 나타났다. 내년 표준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65.4%로 올해(71.4%)보다 6%포인트 낮아졌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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