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억→4억 폭락에도 "팔린 게 다행"…세종 집주인들 눈물

입력 2022-12-15 07:04   수정 2022-12-15 09:22


2020년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세종시 집값이 72주(5일 기준)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 하락률 1위에 올랐고 전고점 대비 반토막 난 단지도 늘어가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고운동 가락마을 7단지 '중흥 S-클래스 프라디움' 전용 84㎡가 지난 3일 4억원(1층)에 손바뀜됐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은 2년 전인 2020년 12월 8억50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층수 차이가 있다곤 하지만 2년 만에 가격이 53% 떨어졌다.

일선 중개사무소들은 그나마 팔린 것이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초 4억5000만원에 나왔던 매물이고 매수 문의가 없어 가격을 전고점의 절반 수준인 4억2000만원까지 낮췄어도 팔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8억5000만원→4억원에도 "팔린 게 다행"
고운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집주인이 급하게 내놓은 매물이었는데 4억5000만원에서 4억2000만원으로 낮추고 결국 4억원에 팔렸다"며 "세입자 만기가 길게 남은 1층 매물이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 거래된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른 개업중개사도 "같은 단지 중층 매물이 4억원 중반에 나왔지만,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가격(을 낮춘 것)은 문제가 아니다. 매수자를 잡았다는 자체로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중흥 S-클래스 프라디움 외에도 세종시에서는 전고점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한 단지가 늘고 있다. 다정동 가온마을 4단지 'e편한세상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5일 6억4000만원(20층)에 팔렸다. 2년 전인 2020년 11월 11억2000만원(19층)에 비해 43% 하락했다.

고운동 가락마을 6단지 '중흥 S-클래스 프라디움' 전용 59㎡는 지난달 3억1000만원(1층)에 팔렸는데, 전고점인 지난해 1월의 6억4000만원(13층)에 비해 52% 내렸다. 같은 달 반곡동 수루배마을 1단지 '캐슬&파밀리에디아트' 전용 96㎡도 전고점인 지난해 3월 15억원(10층)보다 57% 하락한 6억5000만원(3층)에 매매됐다.

한국부동산원은 올해 들어 세종시 집값이 12.58% 하락한 것으로 집계했다. 2020년 42.37% 오르며 전국 1위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0.9% 내려 전국에서 유일하게 하락한 데 이어 올해도 전국 최대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집값이 계속 내리면서 정부는 최근 세종시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전국 낙폭 1위지만…매수자들 "여전히 비싸"
그런데도 매수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 개업중개사는 "내린 집값도 비싸다는 것이 매수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라며 "연이은 공급에 집값이 약세를 보였던 2018~2019년을 기준으로 삼는 이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실상 2~3년간의 상승분 이상을 내놓으라는 얘기다 보니 아주 급한 사정이 아니라면 매도를 포기하는 집주인들도 늘고 있다"고 털어놨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 5304건이던 세종시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1일 5047건으로 줄었고 이달 1일에는 4870건에 그치며 500건을 밑돌았다. 두 달 만에 매물이 8.2%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은 2601건에서 2938건, 3134건으로 20.4% 늘었다. 아파트 매도를 포기한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해 보증금으로 자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종시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국회에서 천도론이 불거진 이후 세종시 집값이 과도하게 상승한 만큼 하락 폭도 깊은데, 최근에는 기준금리가 거듭 인상되며 부동산 시장마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세종시는 천도론 영향에 외지인 투자 수요가 많았던 지역"이라며 "부동산 시장 하락기를 맞아 외지인 투자 수요가 사라져 하락 폭이 깊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분양·입주 등 공급 물량 영향은 적은 지역"이라며 "전국 집값이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이기에 세종 집값 하락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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