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역 기술장벽 대응법은 '국제표준화 선도'

입력 2022-12-14 17:46   수정 2022-12-1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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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가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싶어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관세다. 관세는 국경을 통과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이유 없이 국가가 과세를 하는 매우 야만적인 세금이다. 그 야만적 세금은 이제 설 자리를 점차 잃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이성적으로 바뀌어서 모든 기업이 국경에 관계없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싶어 하는 국가가 좀 더 교활해졌다. 야만적 관세가 아닌 다양한 비관세 장벽을 쌓고 있다. 그중에서 명분과 합리성으로 포장이 가능한 기술장벽이 거의 모든 국가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만약 두 나라 간에 서로 다른 표준을 채택하고 적용한다면 동일한 제품에 대한 제품 시장이 서로 다르게 형성될 것이다. 이는 양국 수출기업의 원가 상승과 가격 상승을 불러오게 된다. 가격 상승은 소비자 잉여의 축소와 함께 기업의 경쟁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 같이 무역상대국 간에 서로 다른 기술규정, 표준 및 적합성 평가절차 등을 채택·적용함으로써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요소를 ‘무역기술장벽’이라고 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회원국에 국제표준 채택을 권고하는 것은 이와 같은 장벽을 만들지 않기 위함이다.

국제무역에서 기술장벽의 영향은 크다. 최근 WTO 회원국에 발송된 국제표준 불일치 기술규정 관련 통보문이 급증했다. WTO가 출범한 1995년에 400개가 안 되던 통보문은 2005년 900개, 2015년 2000개를 넘었고 지난해는 약 4000개로 급격히 증가했다. 출범 초기에 주로 선진국 중심으로 이뤄지던 통보는 최근에는 개발도상국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장벽으로 우리 기업들이 호소하는 주요 애로사항은 과도한 규제, 불투명한 규제, 급박한 시행일, 인증 지연 등이다. 기업들의 무역기술장벽에 따른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기술표준원이 외국과 협의한 애로 건수도 2017년 91건에서 지난해 145건으로 증가했다. 무역기술장벽에 대한 대처는 이러한 사후 협의와 함께 사전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우리 기술의 국제표준화다.

현재 국제표준화 양대 기구(ISO·IEC)의 표준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하는 기술위원회에서 한국인 의장·간사는 약 250명이다. 우리나라의 국제표준 신규 제안은 최근 연 80건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세계 10위권 정도로 주요 경쟁국인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에 비하면 많이 못 미치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차기 ISO 회장에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이 선출된 것은 우리나라의 국제표준화 활동에 매우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무역기술장벽은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 확산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기술과 그에 따른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기술규제를 불러오고, 이들 규제는 새로운 국제표준을 요구하고 있다.

급변하는 무역 환경에서 우리 산업계의 수출 환경은 장벽 극복을 위한 사후 협의가 아니라 선제적인 사전 대처가 더욱 요구된다.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의 국제표준화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해 우리나라가 국제표준화를 선도하는 것이 수출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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