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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30억엔을 넘는 초고소득자는 200~300명으로 추산된다. 2025년 소득부터 새로운 금융소득세율을 적용하면 연간 수입이 50억엔인 사람은 세 부담이 2~3%포인트 늘어날 전망이다.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중산층 지원을 늘린다는 게 일본 정부의 구상이다. 고소득자 과세 강화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공약인 ‘1억엔의 벽 타파’ 실현을 위한 첫걸음으로도 평가된다. 1억엔의 벽이란 세금 부담이 소득 1억엔까지는 점점 커지다가 1억엔을 넘으면 되레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누진세가 적용되는 급여소득은 연봉이 많을수록 세율도 최대 45%까지 따라 오른다. 반면 주식 매각 차익이나 배당에 붙는 금융소득 세율은 일률적으로 20%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금융소득 비중이 높은 부유층일수록 세금 부담은 낮아진다.
재무성에 따르면 소득이 5000만엔 초과~1억엔 이하인 일본인의 평균 세금 부담률은 27.9%다. 반면 50억엔 초과~100억엔 이하 소득자의 부담률은 16.1%로 100만엔 초과~1500만엔 이하인 사람의 평균 세율(15.5%)과 비슷하다.
1억엔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주장은 코로나19 이후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힘을 얻고 있다. 대규모 금융 완화 덕에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익의 대부분이 부유층에 돌아갔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총리 취임을 앞둔 작년 9월 30일 정책집을 통해 “금융소득 과세를 개선해 ‘1억엔의 벽’을 타파하겠다”고 처음 밝혔다. 이 발언의 영향으로 닛케이225지수가 12년 만에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기시다 쇼크’라는 말을 낳았다.
주식시장의 동요가 가라앉지 않자 그는 결국 10월 11일 “당분간 금융소득세를 건드릴 생각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아베 신조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내각은 주식시장에 충격을 준다는 이유로 금융소득세를 건드리지 않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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