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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 하늘에, 외로운 강물 위에, 스러져가는 분홍빛 놀 …… (중략) //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싯벌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중·고교 시절 누구나 접해봤을,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시 ‘불놀이’(당시 표기는 ‘불노리’)의 도입부다. 1919년 2월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 문예동인지인 <창조> 창간호에 실렸다. 작품의 작가인 주요한은 <창조> 창간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 동시에 그는 단편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로 유명한 소설가 주요섭의 형이기도 하다. 근대문학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위상은 확고하지만, 우리말에서의 위치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사도 요한, 존 F 케네디, 장 자크 루소, 요한 슈트라우스, 이반 뇌제(雷帝)….’ 누구나 알 만한 이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음을 눈치 챘을 것이다. 같은 이름을 쓴다는 점이다. 한국의 요한은 영어권의 존이고, 프랑스로 가면 장이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는 요한으로 부르고 러시아로 넘어가면 이반이 된다. 에스파냐의 후안(돈 후안), 포르투갈·브라질의 주앙(주앙 아벨란제), 이탈리아의 조반니(돈 조반니), 아일랜드계의 숀(숀 코너리)도 우리식으로 하면 다 같은 요한이다.
요셉은 영미권의 조지프(Joseph)에 해당한다. 종종 영문 철자만 보고 ‘조셉’으로 적기도 하는데, 이는 바른 표기가 아니다. 히브리어에선 요세프, 독일에선 요제프, 프랑스에선 조제프로 변한다. 스페인어를 쓰는 중앙아메리카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San Jose)’는 우리식으로 하면 ‘성(聖)요셉’인 셈이다.
포르투갈의 세계적 축구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 그가 프로축구에 데뷔했을 때 국내에서 그의 이름은 호나우도, 호날도, 로날두, 로날도 등 여러 가지로 쓰였다. 영문 철자로 읽는가 하면 실제 발음을 좇아 적는 등 중구난방이었다. 2005년 문화관광부 고시로 포르투갈어 표기법이 나오면서 지금의 ‘호날두’로 통일됐다. 영어에선 ‘로날도’쯤 나오겠지만, 포르투갈어에선 어두의 r과 어말의 o가 각각 ‘ㅎ’과 ‘우’로 소리 난다. 같은 포르투갈어 권인 브라질의 ‘Rio de Janeiro’를 ‘리우데자네이루’(원래는 ‘히우지자네이루’로 적어야 하지만 관용을 인정해 ‘리우데자네이루’로 했다)로 적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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