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식 23조 팔라는 '삼성해체법'…개미들 날벼락 [박의명의 불개미 구조대]

입력 2022-12-16 15:29   수정 2022-12-18 06:28


‘삼성해체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법이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23조원을 강제로 매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미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 상정됐습니다. 지난 19대, 20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된 삼성해체법이 다시 국회 문을 두드리게 된 것입니다.

법안의 핵심은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취득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것입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의 상당량을 처분해야 합니다. 보험사는 총자산의 3%가 넘는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기존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5억815만주(지분율 8.5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16일 종가 기준 30조1300억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이 중 23조원 이상을 매각해야 합니다. 삼성생명 총자산(226조원)으로 보유할 수 있는 최대치가 6조8000억원이기 때문입니다.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무너지게 됩니다. 삼성해체법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주주들은 23조원의 매물 폭탄을 받아내야 합니다. ‘10만전자’ 향한 오랜 기다림도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개정안이 최장 7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있지만 주가는 즉시 반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23조원이 넘는 잠재적 매도 물량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은 ‘공정과 상식’을 위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용 한 사람의 특혜를 넘어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에 돈을 쓰고 그 돈으로 수백만 삼성 주주들과 유배당 계약자들이 함께 이익을 향유하자는 법"라고 강조했습니다.

700만 개미를 위한다는 명분도 내세우고 있습니다. 박 의원은 “개미투자자들이 걱정되면 150조 원이 넘는 현금이 있는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사업 경쟁력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불황과 호황이 반복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현금은 생존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호황일 때는 막대한 시설 투자를 통해 경쟁사와 격차를 벌려야 합니다. 불황에는 현금으로 버텨야 합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은 불황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하고, 장기간 적자도 감내해야 한다”라며 “단기 성과로 평가받는 전문경영인은 의사 결정이 어려워 책임을 대신 져줄 오너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주인 없는 회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이끌어온 경영 전략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불모지였던 반도체 시장을 개척하고, 갤럭시 시리즈로 애플을 추격했던 삼성만의 저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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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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