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를 어찌할꼬…"팬덤 기반 흔들" vs "성장성 여전"

입력 2022-12-18 17:23   수정 2023-01-14 00:02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혀온 테슬라가 흔들리고 있다. 3개월 전 300달러가 넘었던 주가는 어느새 150달러 선까지 떨어지며 반토막 났다. 애플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팬덤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온갖 실언과 기행으로 사고를 치면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성장주에 불리한 고금리 기조, 경쟁 브랜드의 약진 등 주변 여건도 썩 좋지 않다. 테슬라가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호감도·재구매의사율 모두 하락
테슬라 주가는 지난 16일 150.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개월 사이 50% 하락했다. 월가는 CEO인 머스크의 ‘입’을 테슬라 브랜드 가치 훼손의 ‘주범’으로 꼽고 있다. 수많은 실언에 이은 최근 정치적 발언은 치명적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머스크는 최근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로 자신이 인수한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은 증오와 분열을 일으키는 정당”이라며 공화당 지지의사를 대놓고 밝혔다. 각종 정치적 이슈에 대해 자극적이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복구시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가는 혹독했다. 민주당 지지자를 중심으로 테슬라 자동차 불매 움직임이 나타났다. 미국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테슬라 구입을 취소하거나, 보유하고 있던 테슬라 모델을 팔았다는 인증글이 속속 올라올 지경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중간선거를 전후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테슬라에 대한 호감도는 24.8%에서 10.4%로 급감했다. 테슬라 소유주들의 재구매의사를 묻는 ‘헌드레드X’의 조사에서 재구매의사율은 지난해 70%에서 올해 60%로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첨단 테크 기술을 대표했던 테슬라의 브랜드가 양극화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300달러에서 235달러로 하향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는 이동을 위해서만 사는 필수재가 아니라 디자인·브랜드 등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며 “정치적 발언은 치명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위터 인수에 따른 운영자금 압박과 머스크의 경영능력 분산 등도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머스크는 지난 15일 테슬라 주식 35억8000만달러(약 4조7000억원)어치를 팔았다. 시장에선 트위터 운영과 관련된 재정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를 둘러싼 외부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금리 기조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성장주인 테슬라로서는 미래 실적의 할인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도 나온다. 최근 블룸버그는 테슬라 중국 상하이공장이 이달부터 모델Y의 생산량을 20% 이상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측은 즉각 ‘가짜 뉴스’라며 반박했지만, 중국 내에서 모델3과 모델Y의 가격을 9% 인하하는 등 수요 감소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장기 성장동력은 그대로”
물론 테슬라의 저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주가 하락은 단기적 모멘텀에 따른 것일 뿐 기업의 중장기적 성장세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테슬라 주가가 등락을 거치며 결국 우상향할 것이란 설명이다.

투자정보업체 씨킹알파에 따르면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낸 35명의 애널리스트 21명은 여전히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치열해지는 경쟁구조를 고려하더라도 전기차 보급률의 빠른 증가세를 감안하면 중장기적 외형 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보류’는 11명, ‘매도’ 의견은 3명뿐이었다. 매수 의견 비율이 60%에 달한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평균 목표주가는 273.64달러다. 현 주가 대비 82%의 상승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내년 테슬라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는 215억9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은 6달러다. 올해 대비 각각 48%, 34% 증가한 수치다.

테슬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 내에서 최종 조립하는 경우 판매 시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제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주식 보유액은 85억7074만달러(약 11조2000억원·15일 기준)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주가가 반토막 난 지난 3개월 동안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8억6034만달러(약 1조1236억원)어치 테슬라 주식을 순매수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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