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자조달시스템 한계로 별도 계약…정부, 서면 계약상 중재판정 받아들여야"

입력 2022-12-18 17:50   수정 2022-12-1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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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이 아닌 중재판정은 따를 수 없다며 ‘중재판정 취소 소송’을 낸 정부가 2심에서 패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33민사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지난 8일 중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정부의 청구를 기각했다. 중재판정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명업체 A사는 2019년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기존 전등을 LED 등으로 교체하는 에너지 절약 사업(에스코 사업)을 따냈다. 에스코는 국가 공인을 받은 업체가 △시설 진단 △자금 마련 △유지 보수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스코 업체는 에너지 절약을 통해 기업이 아낀 비용을 나중에 회수하는 식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A사와 정부는 사업 진행을 위해 ‘용역계약’과 ‘파이낸싱 성과보증계약’ 두 개의 계약을 맺었다. 입찰 당시 기재된 계약 형태는 에스코 계약이었으나, 국방전자조달시스템으로 맺을 수 있는 전자 계약 형태가 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용역계약을 전자서명 방식으로, 사업자파이낸싱 성과보증계약(에스코 계약)은 서면으로 각각 맺었다.

이후 정부는 A사와 납품 제품을 두고 이견이 생기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A사는 에스코 계약에 따라 ‘중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사건은 대한상사중재원으로 넘어갔고, 중재판정부는 두 주체의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정했다. 그러자 정부는 “용역계약에 따르면 판결로 분쟁을 해결하게 돼 있다”며 중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의사의 합치가 이뤄진 내용이 계약의 내용이 돼야 한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주 계약을 ‘용역계약’으로 본 것이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애초에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입찰공고에 명시된 계약 형태가 ‘에스코 계약’이었다”며 “시스템의 한계로 표준계약서 서식에 따른 에스코 계약이 불가능했고, 이에 서면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의 주된 계약은 에스코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분쟁 해결 방식 역시 주 계약에 기재된 ‘중재’ 방식을 우선해야 한다며 이 사건 중재 판정은 유효하다고 봤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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