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이든 간에 모두가 같은 언어를 구사할 것이며
모두가 모두의 말을 아주 잘 알아들을 것이다
대화 내용은 없다
웹진 ‘비유’(2022년 9월호) 수록 시 중 일부
내가 말했습니다. 너는 고개를 끄덕였고요. 알아듣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로 대화하고 있었을까요? 가끔씩 의문스러웠습니다. 같이 있었고 분명 눈을 마주하고 있었는데. 왜 너는 내 마음을 모르고 도대체 나는 네 마음을 모르겠는지. 대화라는 것이 가능한 건지. 네가 말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요. 어떤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어요. 아무것도 받아 적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슬펐습니다. 곁에 있어도 외로웠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습니다.
박규현 시인(2022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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