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집주인 A씨가 세입자 B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계약 갱신 없이 기존 전세 계약 종료시기에 맞춰 B씨가 집을 비우고 나가야 한다고 본 것이다.
B씨는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기 전인 2020년 10월 16일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갱신을 요구했는데 그로부터 2주 뒤인 10월 30일 이 집이 A씨에게 팔렸다. B씨는 전 주인을 상대로 계약 갱신 요구권을 행사했다면서 A씨에게 전세 기간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A씨는 그해 11월 실거주하겠다며 B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B씨가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소송전이 시작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세입자는 2년간의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기 2~6개월 전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계약이 갱신되면 임대료는 직전 임대료의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집주인은 본인이나 직계존속·비속이 실제로 거주하려는 경우엔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이미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한 상황에서 집주인이 바뀌었을 때 새 주인에게도 거부권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번 사건도 1심은 새 주인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는 세입자가 승소했다.
대법원은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해달라고 요구했을 당시의 임대인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제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이 정당한지는 (거부권 행사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한 기간에 이뤄졌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이는 임대인이 변경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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