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수선·감정업계가 ‘장인 구인난’에 빠졌다. 지난 4월 네이버 크림과 무신사 간 ‘짝퉁 티셔츠 전쟁’ 이후 소비자들이 제품의 진품 여부를 의심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명품감정원에는 최근 유통·패션 기업들의 업무협약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SSG닷컴과 무신사를 비롯해 10여개 유통·패션 기업이 “명품을 검수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C2C(Consumer to Consumer)플랫폼도 최근 명품 검수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2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크림과 무신사 솔드아웃, 번개장터 등 올해 서울에 명품 검수센터를 연 기업만 7곳이다. 크림은 내년 영등포구 당산에 4727㎡ 규모의 제 3검수·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무신사 솔드아웃은 지난 7월 목동에 3538㎡ 규모의 2검수센터를 지었고, 번개장터는 이달 초 성수에 첫 검수센터 문을 열었다. 해외 C2C플랫폼인 스탁엑스와 베스티에르콜렉티브 등도 국내에 브랜드 검수 센터를 설립해 현지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프라인 중고 명품 검수 업체도 온라인으로 세력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검수 인력 구인난은 더 심해지고 있다. 20년 동안 시중 백화점 근처에서 명품 검수·수선 서비스를 해오던 구구스는 최근 검수인력과 코딩 개발자를 대폭 늘려 사업을 온라인으로 확장했다.
구구스는 작년(95명)에 비해 인력이 154명으로 늘어났는데 온라인 개발자와 명품 검수 인원을 대거 채용했다. 김정남 구구스 대표는 “명품 중고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인력을 대거 늘렸다”며 “개발자 못지않게 전문 검수 인력을 채용하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구구스는 현재 75명의 검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고 명품시장에서 성공의 열쇠는 ‘보증’ 여부다. 소비자들은 중고 명품 매장이나 개인으로부터 수천만원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C2C 플랫폼들은 고가 상품을 검수해주고 수수료를 받으면서 이 둘 간의 거래를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맡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롤렉스나 에르메스 등 수천만원대 고가 제품을 확인없이 구매하는 소비자는 없다”며 “상품을 감정해 정품을 보장하는 게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C2C기업들이 여기저기에 검수센터를 건립하면서 명품 검수 인력은 앞으로도 더 부족해질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한국명품감정원 등에서 장인을 영입하고 빅데이터를 이용해 검수 인력을 교육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명품을 1차 검수를 위해선 최소 2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고 전문 검수에는 이보다 더 많은 경력이 필요하다. 루이비통·구찌 등 대표적인 브랜드의 핸드백 검수는 가능하지만, 수많은 명품 브랜드의 의류 신발, 액세서리를 모두 감수하기란 불가능하다.
명품 검수 시장이 커지면서 지원자도 늘고 있다. 박정용 한국명품감정원 부원장은 “명품 검수인력은 장인이 견습직원을 도제식으로 교육하는 형태인데 최근 신입 채용에 지원자가 몰릴 정도로 인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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