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주제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나마 국민의힘이 정부 정책 내용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낸 것은 이례적이다.
어떤 일이 있었나
해당 당정협의는 21일 발표되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정부가 여당에 미리 공유하고, 동의를 구하는 자리였다. 국민의힘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을 필두로 주요 상임위원회 간사가, 정부에서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 경제부처 수장들이 참석했다.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공개 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은 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에 대한 이해 없이 과거 정책을 짜깁기했다며 비판했다.
중진 A의원은 "60페이지 가까운 내년도 정책 자료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되는 내용을 찾기가 어렵다"며 "과거에 있던 정책 중 적당한 것을 몇개 뽑아오면 그게 경제정책 방향이 되나"고 비판했다.
B의원은 "정책목표부터 전 정부와 다른 것이 없다"며 "과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부터 제대로 정리하고 새로운 정책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국회와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C의원은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및 세제 관련 법안 논의에 따라 세입과 세출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은 변수를 감안하지 않고 경제정책방향부터 내놓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물었다.
D의원은 "노동 등 주요 개혁 과제를 살펴보면 모두 국회에서 법안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들"이라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짐을 여당에만 지우는 것"이라고 따졌다.
이게 왜 중요한가
이는 정부 정책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던 최근까지의 분위기와 달라진 것이다. 추 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가운데 성 의장 등 지도부가 나서 의원들을 무마한 것으로 전해졌다.그만큼 정부에 대한 여당의 불만이 쌓였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첫번째는 정권교체를 체감할만한 정책적 변화를 정부가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여당 관계자의 말이다.
"그동안 정부가 새 정부의 기조에 맞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 별로 없다. 5월에 윤 정부가 출범한만큼 준비가 부족했던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내년 경제정책에서도 관련 내용이 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다. 당장 내년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내후년 총선이 어려워진다.
정부는 이같은 절박감이 없어 이전 정부와 큰 차이 없이 경제정책을 꾸려나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예산안과 쟁점 법안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짐을 여당에게 떠넘기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대한 불만도 있다. 여당 의원들이 야당과 싸우는 동안 주무부처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큰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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