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소득, 고용 등 핵심 경제 지표들이 고의로 왜곡됐다고 보고 감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감사원은 정황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고, 청와대의 입김도 작용했을 가능성에 당시 청와대 참모들을 불러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번 감사 대상 기관인 통계청, 국토교통부,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담당 직원 PC에 전자감식(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해 이메일, 메신저 기록 등을 복원했다.
감사원은 이들 기관이 주요 통계를 집계해 발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사전보고 및 수정요구가 있었는지도 확인 중이다. 특히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의 부동산값 동향조사에서 표본을 의도적으로 치우치게 추출하거나 조사원이 조사 숫자를 임의 입력하는 등 고의적 왜곡이 일어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 통계는 당시에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2020년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감정원 통계로 11% 정도 올랐다고 알고 있다"고 언급했으나,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이후 3년간 서울 전체 주택 가격은 34% 올랐으며 이중 아파트값 상승률은 52%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2018년 8월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이 취임 13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강신욱 청장으로 교체되는 과정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는 1분위(하위 20%) 소득이 전년 동기대비 8.0% 감소하고, 분배지표인 전국가구 기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은 5.95배로 2003년 조사 시작 후 소득격차가 가장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도 빈곤층 소득은 더 줄고 분배 격차도 커졌다는 비판이 나오자 문 전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논란 속에 물러난 황 전 청장은 이임식에서 '정확하고 신뢰성이 있는 통계를 만들어 정책을 바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등 발언으로 당시 청와대 등의 개입이 있었다는 취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강 청장이 취임하고 통계 조사방식을 바꾼 뒤에는 소득 5분위 배율 등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됐다. 감사원은 황 전 청장과 강 전 청장에 대한 직접 조사를 마친 상태다.
감사원은 관계부처 공무원 조사에 더해 당시 청와대까지 조사 범위를 넓히려는 기류다. 다만 감사원 측은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며 "청와대 수석들의 조사 방침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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