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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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4년이나 교육이 펼쳐질 텐데, 이들은 왜 취업이 임박해 다시 교육장을 찾는 것일까요? 한경 긱스(Geeks)가 우아한 테크코스에 참여한 컴퓨터공학 전공자 학생 3명을 심층 인터뷰했습니다. 정보기술(IT)업계와 학교 사이의 이격된 거리감이 여실 없이 드러났습니다.
'마트 시식코너'式 대학 교육, 위기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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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학창시절부터 코딩을 독학해왔습니다. 9살 때부터 중국에 거주하면서, 홀로 공부하는 데는 익숙해졌습니다. 그런 그에게 학교 수업은 다소 따분했습니다. 그는 “1학년이다 보니 적었던 것도 있었겠지만, 1년간 실제 코딩을 했던 수업이 3학점 수업 하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나름의 ‘실전 지식’을 익힌 것은 군 복무 시절이었습니다.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이 취업 시기가 되면 찾는 ‘프로그래머스’ ‘백준’ 등의 알고리즘 문제풀이 사이트를 군에서 홀로 공부했습니다. 웹 백엔드(서버 프로그래밍)으로 진로를 잡은 것도 스스로의 판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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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당장 취업이 눈앞에 닥친 학생의 마음은 급급합니다. 복학 이후 선택한 것은 이두희 대표가 만든 코딩교육 프로그램 ‘멋쟁이 사자처럼’이었습니다. 그는 학부과정을 ‘마트 시식코너’에 비유했습니다. “군대에서 혼자 공부했는데, 과거 같이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과 차이가 나는 것이 느껴졌다”며 “너무 방대한 지식을 얕게 가르치는 것이 굳어지다 보니 졸업장을 갖고도 전문성을 증명하고, 좋은 곳에 취업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학교 밖을 나와 부트캠프에 도전을 시작했던 배경입니다.
개발 문화 교육?자기주도 학습이 진로 재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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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꼬박 채우는 빡빡한 과정이었습니다. 총 5단계의 등급으로 이루어진 10개월의 커리큘럼은 학생 모두가 ‘레벨 5’에 도달하려 하는 치열한 전투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에 2시간씩 수업이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는 전부 자기주도학습으로 운영됩니다. 물론 질문할 수 있는 멘토는 있습니다. 레벨 2까지는 일종의 ‘퀴즈’를 풀고, 레벨3부터 졸업까지는 실전 프로젝트를 개발합니다. 선배 개발자가 직접 코드를 살펴봐주는 ‘코드 리뷰’도 과정의 특징입니다.
교육을 통해 가장 많이 변한 점은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선 아무래도 수업을 듣고 답을 맞히는 데 집중하게 되는데, 이곳에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이 그의 소회입니다.
비슷한 말은 같은 과정을 수료한 최지연씨에게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신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최씨는 원래 개발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부트캠프 과정을 이수하며 진로를 다잡았습니다. “막상 제대로 배워보니, 학창시절에 좋아했던 물리 과목과 성질이 비슷하다고 느꼈다”는 것입니다. 물리에 흥미를 느꼈던 이유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식이 여러 가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도 프로그램 개발은 정답이 없습니다. 개발자마다 더 효율적인 코드를 찾아 헤매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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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의 꿈은 창업가가 됐습니다. “어떤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개발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니,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스스로 개발에 골몰한 시간의 결과입니다. 실제로 우아한테크코스엔 신생 스타트업의 대표가 된 선배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날 역시 기업간거래(B2B) 스케줄링 툴을 만드는 스플랩 등의 업체가 선배 창업기업으로 현장을 찾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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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와 함께 공부한 오성원씨는 학교에서 배우기 어려웠던 ‘개발 문화’를 체득했다고 짚었습니다. 개발자들은 누군가의 코드를 기반으로 성장합니다. 이른바 ‘오픈소스’가 프로그래밍의 중추에 자리한 이유입니다. 코드를 공유하고, 다른 개발자의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하는 것은 좋은 스타트업일수록 대표들이 반드시 꾸리고 싶어하는 문화입니다. 오씨는 “대학 과제는 제출만이 목적이라 코드 공유는 당연히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오씨는 졸업을 앞두고 외부 교육과정인 패스트캠퍼스와 인프런 수업을 들으며 사회로 나갈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오씨는 가천대 AI?소프트웨어학부를 졸업한 지 막 1년이 넘은 취업준비생입니다. 대학에선 최근 부상한 인공지능(AI)이나, 취업을 위한 앱 프로그래밍 수업이 늘어나는 추세였습니다. 그럼에도 “한 학기에 실무를 위한 지식을 모두 배울 수 없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차라리 전공 책에 있는 내용을 외워서 시험을 보는 게 성적 받기는 더 유리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학교에서 마련한 AI 커리큘럼은 오히려 “대학원을 가지 않으면 별다른 활용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남겼다고 합니다. 최근 국내 대학들이 너도나도 AI를 외치며 관련 전공을 확대하고 있지만, 산업계와의 괴리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단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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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한 가지 더
현장에서 '먹히는' 지식, 서비스 유지력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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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이사는 “현재 120명의 교육 규모를 내년 17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테크코스 교육개발실 역시 17명까지 인력을 늘린 상태입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속 조직입니다. “우아한테크코스의 교육자는 개발 경험이 2년 이상 있는 경력자들만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도 했습니다. ‘현장에 먹히는 교육’이 우선 목표입니다.
교육과정은 현장 수요를 반영한다고 합니다. 전체 120명의 교육생 중 백엔드 개발자의 수는 프론트엔드 대비 약 4배가 많다고 했습니다. 최근 스타트업들이 백엔드 개발자에 대한 채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딩교육 업무만 만으로 10년을 수행한 그는 “올해도 컴퓨터공학과 지원자가 전체의 80%나 차지했다”며 “전공 안배를 위해 전체 비율을 전공자 60%, 비전공자 40%로 일부러 조정해야 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전공자가 부트캠프를 찾는 이유에 대해 “설계를 제대로 가르치는 학교가 거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학교에서 졸업하고, 석사와 박사과정을 밟으며 공부하는 프로그래밍은 IT업계가 요구하는 개발과 다른 종류”라는 것입니다.
최근 산업계의 개발 수요는 “IT 서비스를 하나 만들어, 3년이고 5년이고 유지와 보수를 해나갈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가 본질”이라고 했습니다. 동작하고 있는 서비스에 새로운 기능을 담거나, 전임자의 코드를 받아 최적화하는 등의 '디테일'이 기업이 요구하는 실력이라고 했습니다. “근본적으로 이런 경험을 못 했던 상당수가 학계로 가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괴리는 채워지지 않는다”고도 분석했습니다. 학부 교육이 미래의 자양분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반대로 ‘죽은 지식’으로 묘사될 확률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는 “대학이 연구 중심의 초점에서 일부 분리되어, 현장 기업과 협력해 학생을 길러내는 시도가 전향적으로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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