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기술 패권 확보를 위해 내년부터 새로운 첨단 반도체 산단 구축에 나선다. 2025년까지 한국판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100만명 규모의 바이오 데이터가 모인 데이터 뱅크도 만든다. 해외 사례로만 보던 도심 속 복합수직농장이 만들어지고, 축구장 300개 규모의 자율주행 실증도시 구축도 이뤄진다.
21일 정부는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기 위한 성장전략인 ‘신성장 4.0 전략’을 발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1990년대 7%대에 달했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2%로 떨어졌다.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고령화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2050년 잠재성장률이 0.5%로 주저앉을 것이란 것이 KDI의 진단이다.
신성장 4.0은 전후 후진국 시절 농업 중심 성장(1.0), 중진국 진입을 이끈 제조업 중심 성장(2.0), 한국을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으로 만들어준 정보기술(IT)중심 3.0에 이어 이들이 융복합된 미래기술 중심의 성장을 뜻한다. 3만달러선에서 정체된 국민소득을 5만달러로 높이고 초일류국가로 올라서기 위해선 이전과는 다른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신성장 4.0 전략은 ‘선택과 집중’, ‘민간이 주도하는 임무 지향형 연구개발(R&D)’이란 두 키워드로 요약된다. 먼저 정부는 글로벌 기술·시장 선점이 필요한 3대 분야(신기술, 신일상, 신시장) 15개 핵심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신기술은 아직 상용화 이전 단계로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이 정립되지 않아 선점이 필요한 분야로, 양자컴퓨터 개발과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소형원자로(SMR)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신일상은 기술혁신을 통해 일상 속 체감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영역이다. 고도화 단계에 접어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전국 당일배송을 가능케 하는 전국 단위의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5세대통신(5G) 전국망을 완성하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2030년까지 한국의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 집약된 탄소중립 도시 10개소도 만든다.
주력 분야의 ‘초격차’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신시장 전략엔 평택, 용인에 이은 새로운 첨단 반도체 산단 조성,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국가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지적재산권(IP) 인프라 구축 통한 한국판 디즈니 육성 등이 담겼다.
정부는 이들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한 국가 R&D 시스템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가한다. 정부는 과제 선정부터 수행까지 R&D활동의 모든 단계를 민간 중심으로 전환한다. 민간이 자신들이 필요한 기술을 선정해 수행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면 정부가 매칭 지원하는 고위험·고성과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15개 핵심 프로젝트 달성을 위한 국가 R&D의 주도권도 민간이 중심이 된 사업단이 맡는다. 성공에 대한 유인이 확실하고 목표 지향적인 민간이 R&D를 주도해 국가적 도전과제 해결이란 임무 달성도를 높이고, 정부는 기반구축과 규제혁신 등 지원자 역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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