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한우사육 병행…年 3억 순이익 올리죠"

입력 2022-12-21 17:28   수정 2022-12-29 20:11

내년은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경제 영토’ 확장에 나선 지 20년이 되는 해다. 한국은 2003년 2월 한·칠레 FTA에 서명한 후 지금까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과 18개 FTA를 체결(국가는 58개국)했다. 그때마다 국내에선 ‘농업 붕괴’ 우려가 나왔지만 한국 농업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FTA 시대에 대응해 활로를 찾는 시도는 더 늘었다. 시장 개방 파고를 넘어 위기를 기회로 바꾼 개척자들을 만나봤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FTA 때문에 한우와 쌀농사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말까지 있었어요. 하지만 둘을 병행하니 엄청난 시너지가 났습니다.”

정윤호 윤호농장 대표(29)는 전북 부안군에서 한우 200마리를 키우는 동시에 26만㎡의 논에서 쌀농사를 함께 짓는 청년농이다. 지난해 순수익은 3억원. 한우 사육과 벼농사로 1억5000만원씩 흑자를 냈다. 2017년 아버지가 소일거리로 기르던 한우 10마리로 축산업에 뛰어든 20대 청년이 5년 만에 이룬 성과다.
상호 시너지로 연 7250만원 절감
비결이 뭘까. 정 대표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우 사육과 쌀농사를 병행하는 역발상에서 나온 막대한 비용 절감 효과가 수익 창출의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가 한우 사육과 쌀농사를 통해 양쪽에서 절감하는 비용은 연간 최소 7250만원이다. 우선 쌀농사를 통해 절감할 수 있는 한우 사료 비용이 최소 6750만원이다. 정 대표가 소유한 부안군 논에선 이모작이 가능한데, 정 대표는 벼를 심지 않는 기간에 소에게 먹일 라이그라스라는 품종을 기른다. 그는 “라이그라스를 구매하려면 1년에 최소한 5000만원이 필요하지만 라이그라스를 재배하면 종자값을 포함해 500만원이면 된다”고 했다.

벼를 수확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볏짚도 소가 먹는 ‘조사료’로 쓰인다. 볏짚 한 단의 시장가격은 8만5000원이지만 정 대표는 4만원만 들이면 생산 및 포장이 가능하다. 이렇게 아끼는 비용이 1년에 약 2250만원이다.

한우 사육 역시 정 대표의 쌀농사에 ‘1석3조’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소똥을 퇴비로 활용하면 쌀농사에 필수적인 화학비료를 3분의 1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절감하는 비용만 1년에 400만~500만원이다. 정 대표는 “화학비료만 쓸 때보다 소의 퇴비로 농사를 지을 때 쌀 생산량이 10~20% 많다”며 “소똥을 퇴비로 활용하지 않으면 발생했을 분뇨 처리 비용까지 아꼈다”고 했다.
정부 지원 적극 활용…농가 방문해 배워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던 정 대표는 2학년 1학기를 끝으로 자퇴한 후 한국농수산대에 입학했다. 그는 “임신한 소의 난산(難産) 관리, 백신 접종, 사료 관리 등 현장의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했다”며 “처음엔 부족한 지식과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대규모 농가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방문해서 배웠다”고 털어놨다.

또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농업기술센터 강의를 찾아 들었고, 축산업협동조합을 수시로 방문해 경험이 많은 분들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청년농으로서 정부 지원 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부안군의 공모 사업에 선정돼 받은 섬유질배합사료(TMR) 기기는 볏짚과 라이그라스를 일정 비율에 맞춰 배합해주는 1억원이 넘는 고가 장비다. 정 대표는 “TMR 지원사업은 지자체가 구매비용의 50%를 보조해주고, 자비는 50%만 들어가는 사업”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투자비용이 크고 노동력이 많이 들어 기존 농가가 섣불리 나서지 못한 쌀농사와 한우 사육 병행을 과감히 실행해 성공할 수 있었다”며 “기술력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갖춘 청년들에겐 농촌 현장이 기회가 가득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안=정의진 기자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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