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울 만도 했다. 당시 같은 반 동급생 50명 중 차를 굴리는 집에 사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만큼 자가용은 ‘특별’했다. 승용차에 유독 특별소비세라는 명목의 세금이 붙은(1977년) 이유일지도 모른다. 사치품으로 여겨진 차 소비 억제를 위해 별도의 높은 세율을 때리는 일종의 징벌적 세금이다. 2008년 개별소비세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45년 묵은 차 개소세를 곱씹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곱 살배기인 기자의 아들내미도 과연 승용차를 ‘특별’하게 여길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미 도로 위를 달리는 차는 넘쳐난다. 아파트 주차장에도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작년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만 2491만 대. 국민 두 명당 한 대꼴로 갖고 있다.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재가 된 지 오래다. 개소세를 매길 명분 자체가 사그라들었다는 얘기다.
설 자리가 모호해지다 보니 한시적 차 개소세 인하와 일몰, 연장을 놓고 때마다 말만 많다. 정부는 2018년 7월 이후 6개월마다 한시적 인하와 일몰, 연장을 반복(2020년 1~2월 제외)해 왔다. 코로나19 대확산 직후인 2020년 3~6월엔 한시적으로 개소세율을 1.5%로 낮추기도 했다.
이후 지금까지 같은 세율(3.5%)이 적용되고 있다. 경기 침체, 자동차산업 위기, 코로나19 확산 등 연장 이유만 달라졌다. 이번에도 기획재정부는 지난 19일 고심 끝에 내년 6월까지 한시적 인하 조치를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승용차 소비 진작을 위한 가격 부담 완화라는 이유를 댔다.
그렇다고 시대착오적인 승용차 개소세를 계속 붙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연탄을 때던 시절 붙인 유류 개소세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보편적 소비세인 부가가치세를 낸 차량 구매자에게 개소세를 이중으로 물려 정부 곳간을 채워선 안 된다. 다른 세원(稅源)을 찾는 게 맞다.
승용차 개소세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 한시적 인하 카드를 남발하기보다 폐지하는 게 낫다. 그럴 때가 됐다.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손이라도 봐야 한다. 적어도 특정 가격대 또는 배기량(cc) 이상 차에만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권한다. 그래야 ‘특별’ 또는 ‘개별’이란 명목을 소비세 앞에 붙여도 민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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