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몰려들자 판매대 '텅텅'…한·일 감기약 싹쓸이한 까닭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2-12-25 08:15   수정 2022-12-25 11:17


중국인들이 최근 1~2주일 사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감기약을 싹쓸이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는 중국에서 의약품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자 모국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감기약을 사서 보내는 중국인들이 늘어나서다.

2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대형 약국이 몰려 있는 도쿄도 다이토구 아메요코초의 면세 전용 계산대에는 연일 감기약을 사려는 중국인들이 몰리고 있다. 푸젠성에서 여행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한 한 남성(33세)은 "해열제와 진통제 등 의약품을 1만엔(약 9만6658원)어치 구입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약품은 발열 증상을 완화시키는 다이쇼제약의 감기약 '파블론골드A'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약품의 재고가 부족해지면서 주변 약국들은 지난주부터 1인당 구입한도를 2개씩으로 제한하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중국인 수입업자가 제약회사와 도매업자에 접근해 감기약을 입도선매하려 한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국내 수급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도 중국인들이 감기약을 대량 구입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홍콩에서는 중국 본토로 항원 검사 키트를 배송하는 약국 서비스 이용자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각 도시에서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소가 폐쇄돼 자택에서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검사 키트의 수요가 늘고 있다. 홍콩 약국의 점원은 "800개 들이 박스 째로 구입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인의 감기약 대량 구입은 태국과 싱가포르, 대만, 호주 등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방콕의 한 약국 점원은 "가게의 재고를 전부 사들이는 중국인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자국민이 필요할 때 감기약을 구입하지 못하는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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