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콘텐츠 사용료는 매년 IPTV 기업이 그해 방영한 콘텐츠에 대해 CP 기업과 협상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콘텐츠를 먼저 방영하고, 대가는 나중에 정산하는 ‘선공급 후정산’ 구조다.
지난 몇 년간 이 과정에서 IPTV와 CP가 대립각을 세웠다. 작년 6월엔 협상이 결렬되면서 실시간 방송 송출이 끊기는 사례까지 나왔다. LG유플러스의 모바일tv에서 CJ ENM 채널 10개 실시간 방송이 중단됐다. 작년 8월엔 CJ ENM이 LG유플러스에 IPTV 복수 셋톱박스에 쓴 콘텐츠값 10년 치를 물어내라며 손해배상 민사 소송을 걸기도 했다.
여기서 두 번째 이유도 나온다. 업계 각사가 콘텐츠 공급사 겸 방영 송출사를 자처하면서 ‘대박 작품’이 한 곳에서만 나오지 않게 됐다. ‘시청률 명가’로 꼽히는 특정 CP에 끌려다닐 이유가 사라지면서 협상이 싱거워졌다는 분석이다.
OTT 시장의 합종연횡도 시장에 영향을 줬다. 작년 국내 OTT 시장은 1위 넷플릭스에 이어 티빙(CJ ENM), 웨이브(SK텔레콤+지상파 3사), 시즌(KT), 유플러스모바일(LG유플러스), 왓챠 등이 있었다. 이 중 올해 말까지 시장에 건재한 건 사실상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셋뿐이다. KT와 CJ ENM은 CJ ENM 계열 티빙이 KT 계열 시즌을 인수하면서 갈등이 사라졌다. LG유플러스도 올 들어 타사 OTT 플랫폼과 경쟁 대신 활용 기조로 돌아섰다. 지난 7월엔 티빙과 제휴 요금제를 내놓기도 했다.
콘텐츠 이용료 다툼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정부가 마련 중인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안이 관건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당초 연내 콘텐츠 이용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업계 곳곳에서 각기 불만을 나타내면서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콘텐츠값 산정 기준의 큰 틀이 없다면 또 시청자를 볼모로 한 소모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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