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불과 1년 새 급등세에서 급락으로 전환하면서 지난해 말과 올초 최고가 시점에 매도한 집주인들의 행보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폭락장의 승자라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서울 강남권 주요 단지의 최고가 물건은 매수 가격의 100%를 웃도는 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를 지난 5월 최고가인 39억원에 판 아파트 소유주는 매도 차익이 19억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9월 19억5000만원에 이 아파트를 매수해 4년8개월 만에 수익률 100%를 거뒀다.
다른 강남 주요 단지의 수익률도 만만치 않다. 도곡동 타워팰리스2차 전용 164㎡는 올 10월 최고가 43억원에 팔렸다. 이 물건은 2013년 3월 17억82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 매도 차익이 25억1800만원이다. 집주인이 9년7개월 만에 얻은 수익률은 141%에 달한다.
삼성동 삼성힐스테이트 전용 84㎡를 최고가인 28억원에 매도한 소유주도 8년6개월 만에 17억5000만원(수익률 166%)의 매도 차익을 얻었다. 매수가는 2014년 2월 당시 10억5000만원이었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큰 차익을 얻은 사례도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작년 11월 신고가 28억2000만원을 기록했는데 당시 집주인은 2020년 6월 21억원에 이 아파트를 매수한 뒤 1년5개월 만에 7억2000만원의 수익을 남겼다. 2016년 6월 11억원에 송파구 잠실 엘스 전용 84㎡를 사들인 매수인도 작년 10월 최고가인 27억원에 이 집을 처분했다. 보유 기간 5년4개월 만에 16억원의 차익을 얻은 것이다.
대체로 ‘억 소리’ 나는 매도 차익을 얻었지만 실수익은 천차만별일 것이란 분석이다. 양도세 등의 세금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차익이 19억5000만원인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소유주가 1주택자일 경우 양도세가 4억8000여만원 수준이지만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라면 6억3000여만원을 내야 한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이 최대 40%에 이르는 만큼 실제 수익률은 단순 차익보다는 낮아진다”며 “물론 세금을 빼더라도 큰 차익을 얻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매도 후 다른 아파트를 고점에 매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에서 최고점과 최저점을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매도 후 현금으로 쥐고 있지 않은 이상 큰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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