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12기 수명연장·5기 신규 가동…발전량 비중 3위→1위로

입력 2022-12-27 18:46   수정 2022-12-28 01:00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낸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은 에너지 정책을 원자력 발전 중심으로 재편한 게 핵심이다. 신재생에너지도 ‘과속’을 제어하면서 원전과 함께 탄소중립을 위한 양대 축으로 키울 방침이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신재생 비중이 늘면서 전력망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확대, 신재생도 양대 에너지원으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원전 설비는 2022년 24.7GW에서 2036년 31.7GW로 늘어난다. 2036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12기의 계속운전(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신한울 2·3·4호기, 신고리 5·6호기) 준공을 반영한 수치다. 2024년 착공 예정인 신한울 3·4호기의 준공 시점은 각각 2032년과 2033년으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발전량 기준으로 석탄(34.3%)과 액화천연가스(LNG·29.2%)에 이어 세 번째로 밀려난 원전(27.4%)은 최대 발전원의 위상을 회복한다. 원전의 발전 비중은 2030년 32.4%, 2036년 34.6%에 달할 전망이다.

LNG 발전은 41.3GW에서 64.6GW로 늘고, 석탄 발전은 38.1GW에서 27.1GW로 줄어든다. 석탄 발전소 58기 중 노후한 28기는 차례로 문을 닫고 LNG 발전으로 전환된다.

신재생 설비는 같은 기간 29.2GW에서 108.3GW로 확대된다. ‘태양광 일변도’에서 ‘태양광과 풍력 병행’ 발전으로 방향이 바뀐다. 2021년 신재생 발전량 중 태양광과 풍력 비중은 87 대 13인데, 이를 2030년까지 60 대 40으로 바꾸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문제는 전력 수요가 최대로 치솟을 때 설비용량을 100% 가동해 대응할 수 있는 원전이나 석탄, LNG와 달리 신재생은 피크 기여도(최대 전력 수요 시점의 가동률)가 13.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036년 기준 전체 발전설비 중 신재생 비중이 45%에 달하지만 최대 전력 수요 때 가동할 수 있는 실효용량은 9.9%에 그친다. 태양광(13.9%)에 비해 풍력(2.2%)의 피크 기여도는 더 떨어진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재생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수적인데, 이 투자비용이 2036년까지 최대 4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신재생 확대에 따른 계통 불안정 심화와 비용 증가 문제는 국가 전력수급계획의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원전업계, “신규 원전 필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선 전력 수요(최대 수요 기준)가 2022~2036년 연평균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는 에너지 절감 등 수요 관리를 통해 이를 1.5%로 낮출 계획이다. 일각에선 전력 수요가 과소 추정된 데다 수요 관리 목표도 너무 낙관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번 수요예측에 반영된 전기자동차, 데이터센터 외에도 각종 제품의 전기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2010년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이후 사라진 신규 원전 추진 계획이 이번에도 빠졌다는 비판 또한 나온다. 이종호 전 한수원 기술본부장은 “석탄 발전과 원전을 더한 기저 발전의 비중은 오히려 축소돼 전력 운영의 안정성이 우려된다”며 “신규 원전을 지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선 전력도매가(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가격)를 정할 때 단계적으로 경쟁입찰을 도입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우선 발전 연료별로 기준연료비(직전 1년의 연료비 평균) 대비 ±5~10% 범위에서 입찰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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