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O의원님!”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여당 재선 의원과 마주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팔을 활짝 벌렸다. 당권 도전 행보에 나선 김 의원은 최근 이처럼 만나는 의원 및 주요 당 관계자를 껴안는다. 자신의 강점인 친화력을 극대화하고, 수줍음을 조금 타는 성격을 보완하려는 제스처라는 해석이다.
김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이다. 발 빠른 출마 선언으로 ‘친윤(친윤석열계) 선두주자’로서 이미지를 굳히고, 부족한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 읽힌다.
공약으로 ‘당 지지율 55%, 대통령 지지율 60%’를 제시한 김 의원의 강점은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다.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를 사실상 공식화했으며, 친윤 성향의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국민공감의 지지도 등에 업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윤 대통령의 ‘만찬 정치’에서도 대통령실이 아니라 관저로 초청받은 몇 안 되는 인사 중 하나다. 출마선언문에서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하면서 공감대를 만들어 당을 이끌어 가는 데 가장 적임자”라고 자신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를 맡으며 의석수가 열세인 상황에서도 상임위원장 배분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과의 여러 협상을 유리하게 마무리했다. 그는 “원내대표로서 민주당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리더십을 당대표로서 발휘하게 된다면 총선 압승이 가능하다”고 공언했다.
친윤이지만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중도적인 색깔이 강하다는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원내대표 당시 이준석 전 대표와 호흡을 맞추는 등 갈등 관리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김 의원은 “김치만 갖고 밥상이 풍성하다고 하지 않지 않나. 된장찌개도 끓여야 하고, 맛있는 공깃밥도 차려야 한다”며 “당내 다양한 세력과 결합하겠다”고 말했다.
약점은 역시 다른 주자들과 비교해 확연히 떨어지는 대중 인지도다.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를 묻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은 좀처럼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조사에 따라 3~4%에 머물기도 한다. 최근 8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당원 수가 더 늘어날수록 낮은 인지도는 김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김 의원이 다음달 중순까지 의미 있는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윤심(윤 대통령 의중)’의 확실한 선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기현·장제원 연대는 자칫 ‘인기 없는 당대표와 비호감 막후실세’의 조합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윤 대통령이 가장 피하고 싶은 구도로 김 의원은 이를 돌파할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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