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사진)이 28일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 보복하라”며 “그것이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서도 “핵이 있다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열어 이같이 발언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밝혔다. 수석비서관급과 국가안보실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이 모두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은 당일 예정된 오찬 약속도 모두 취소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지시는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과정에 잇따라 발생한 우리 군의 사고와 군 대비 태세의 문제점 등을 지적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 잇따른 질책이 군 내부 문책론으로 이어지냐’는 질문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권한과 조치를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북한의 무인기 침투 결과에 대해 보고받으면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도대체 그 동안 (우리 군은) 뭘 한 거냐”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과거에 이미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는데 어떻게 북한 무인기 공격에 대비하는 데가 없을 수 있느냐”고 따져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섯 대의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입했는데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우리 군은)훈련도 제대로 안 하고, 그러면 아무것도 안 했다는 얘기냐”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통수권자가 군의 기강 해이와 훈련 부족 등을 비판한 발언이 외부로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당시 보고는 김성한 국가안보 실장이 주재로 진행되던 긴급 안보상황점검회의 도중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당시 보고 직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 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면서 ‘드론 부대’ 창설을 앞당기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우리 군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면서 “(군이) 그 신뢰에 바탕을 둔 기대 수준을 충족하지 못한 데 대해 기강이 해이하고 훈련이 대단히 부족한 게 아닌지 강하게 질책하고 주문한 것”이라고 당시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이 전날 국무회의 직후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은 윤 대통령의 비판을 반영한 결과다.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무인기 처음 영공을 침입했을 당시에도 “우리도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로 두 대, 세 대를 올려보내고 필요하면 (무인기를) 격추하는 등 관련 조치를 최대한 강구하라”며 강경 대응을 지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시 유인 정찰기가 군사분계선 부분까지 급파됐다”며 “당시 군은 원점 타격까지 준비하면서 확전 위험도 각오했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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