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좋아해" 동성간 성추행도 양형 차이 두지 않는다

입력 2022-12-28 19:55   수정 2022-12-28 19:56


동성을 성추행한 20대 여성의 항소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성별 차이를 의미 있는 양형요소로 두지 않은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28일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정재오)는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A(22)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인 벌금 500만원을 파기 후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4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0월 31일 오전 9시18분쯤 대전 서구 갈마동 자신의 집에서 피해자 B(26·여)씨와 함께 집에 들어서자마자 B씨의 외투를 벗기고 입맞춤을 시도하며 신체 여러 부위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씨는 강한 거부 의사를 나타냈지만 A씨가 B씨의 머리채를 잡고 “좋아하는데 왜 못 알아줘”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휴대전화를 뺏어 던졌고 다른 지인이 술을 사고 들어와 A씨를 말리자 잡고 있던 B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상해를 입힌 혐의도 받는다. B씨는 결국 무릎 부위 등에 전치 약 2주의 상해를 입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강제 추행해 죄책이 가볍지 않고 범행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당한 피해자가 느꼈을 성적 불쾌감 내지 굴욕감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 벌금 500만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40시간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에 A씨와 검찰은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A씨는 감정이 격해져 몸싸움을 했고 추행한 사실이 없으며 B씨가 당시 술을 마셨기 때문에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가 B씨를 강제로 추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폭행해 상해가 발생한 만큼 강제추행이 아닌 강제추행치상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B씨의 신빙성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으며 경험 없이 허위로 진술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관 정 판사는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피해자에게 호감이 있어 추행하다 저항해 벗어나려는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고 침대로 끌고 가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혀 매우 죄질이 나쁘다”라며 “가해자가 동성인 경우가 많지 않아 이럴 경우 이성과 동성 등 양자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법적, 학문적 논거를 찾기 어렵고 이성과 동성 차이를 의미 있는 양형 요소로 두지 않았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자가 동성 혐오 때문에 기억이 왜곡됐다고 주장하며 사과하지 않고 있다”라며 “피해자는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비난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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