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기는 집값과 전세금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일반적인 갭투자 문제와 양상이 다르다. 시세 파악이 쉽지 않은 신축 빌라를 수백 채 사들인 뒤, 집값보다 비싸게 전세를 놓는 ‘깡통전세’ 수법을 동원한 경우가 많다. 애초에 전세금을 가로채려는 사기행각이나 다름없다.
피해자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전세 확정일자를 받고 보증보험에 드는 등 각종 안전장치를 다 마련하고도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민간 보증보험은 보증 주택 수를 한 채로 제한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금이 집값보다 높지 않으면 임대인의 주택 수와 관계없이 임차인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게 해준다. 사기범들은 이런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정부는 피해 상담과 보증금 반환을 돕는다지만, 세입자의 알권리를 확대하는 등 실효성 있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국세징수법 개정안은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 집주인의 국세 체납 여부를 열람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악성 임대인 확인은 전세계약 이후라야 가능하다는 맹점이 있다. 가격 등 빌라의 거래 정보를 자세하게 공개하는 것도 사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집주인의 보증 사고 전력, 집주인이 중간에 바뀌는 경우의 정보 제공도 필요하다.
전세 사기는 부동산 경기가 나빠질 때 어김없이 불거졌다. 그럼에도 비슷한 피해가 끊이지 않는 것은 정부의 사전적·사후적 대응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국토부·법무부·행정안전부 등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한 제도적 허점은 없는지, HUG 사례처럼 사기범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경우는 없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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