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에서 달리던 자전거 운전자가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하던 승객을 보고 놀라 넘어져 다친 후 버스 기사에게 치료비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버스를 정류장에 바짝 붙여 정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버스 기사에게 일부 과실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다수의 누리꾼들은 한 변호사의 판단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버스 기사 100% 과실 맞나요?'란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시내버스 기사 A씨가 제보한 영상에 따르면 이달 13일 경상남도 창원시의 한 도로에서 자전거 운전자 B씨가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을 보고 놀라 땅바닥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당시 버스와 정류장 사이에는 성인 2명이 설 수 있을 정도의 간격이 있던 것으로 확인된다.
A씨에 따르면 사고 당시 B씨는 버스 정류장 뒤편 인도 옆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일반 자동차 도로를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씨는 A씨에게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치료비 전액을 요구해 A씨는 한 변호사에게 제보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게 버스 기사 과실 100%로 치료비 전액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인지 답답하다"고 조언을 구했다.
실시간 방송에서 진행된 시청자 투표에서는 A씨에게 '잘못이 없다'는 의견이 47명(94%), '잘못이 있다'는 응답이 3명(6%)으로 집계됐다. 한 변호사는 버스가 정류장과 인도에 차를 바짝 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며 A씨에게 약 20% 과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 변호사는 "마음 같아선 자전거 과실 100%이고 싶은데, 버스가 들어갈 수 있도록 움푹 파인 곳으로 버스를 딱 붙여서 내리는 승객이 발을 곧장 인도에 닿을 수 있게끔 했으면 어땠겠냐"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자전거를 못 들어오게 하려면 버스를 바짝 붙였어야 하기 때문에, 버스의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버스에 20% 정도 과실이 있다는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전거가 다 자전거 도로로 다니는 건 아니다. 가끔 버스 옆 공간으로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올 때도 있다"며 "B씨가 치료비로 20만~30만원을 달라 그러면 줘서 마무리하고 다음에 더 조심하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그러나 영상을 접한 일부 시청자들의 반응은 한 변호사의 의견과 다소 괴리가 있었다. 비록 인도와 버스 사이 간격이 있었지만 버스가 정류장 앞에 서면 곧 승객이 하차할 것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란 취지의 반론이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정류장에서 1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버스가 멈추고 승객이 내렸다면 A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지금처럼 정류장 바로 앞에 정차한 경우 승객이 하차할 것을 예상할 수 있지 않나. 그 사이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진입했다가 넘어진 B씨의 100% 과실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이런 건 한 변호사님이 적극적으로 버스에 잘못이 없다고 해주셔야 보험 사기나 저렇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없어진다", "이렇게 치료비 받을 수 있다고? 보험 사기 기술 하나 배웠다", "자기 책임을 타인에게 떠넘긴다" 등 반응을 보였다.
또한 자신을 현직 버스 기사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인도에 차를 바짝 붙이기엔 승객들이 버스만 보면 달려든다. 10명 중 8~9명은 버스만 오면 정류장에서 차도로 내려온다. 저도 처음에는 버스를 바짝 붙였는데, 이젠 A씨처럼 거리를 두고 정차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자전거 도로의 전체 길이는 총 2만5249km다. 이 가운데 자전거 전용 도로와 자전거 전용 차로는 각각 3683km, 867km에 불과하다.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는 1만8955km로 전체의 75.1%를 차지했다. 이에 각 지자체가 보행자와 자전거 모두의 안전을 위해 전용도로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