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새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낯선 언어와 다른 시선뿐만 아니라 이미 익숙해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정서들을 재배치하는 데서도 온다. 먼저 ‘새들의 주식회사’는 말과 이미지를 빚어내는 제작술이 돋보였다. 동봉한 작품들의 수준 또한 두루 균질한 편이어서 신뢰할 만했으나 완성에 급급한 나머지 시적 공간이 더 확장되지 못하고 발상의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오래된 습관’ 외 네 편은 당대의 그늘진 삶을 다루면서도 활달한 어조와 아이러니한 맥락 속에서 시상을 곱씹게 하는 힘이 있었다. 다만, 함께 읽은 작품들에서 탈골하듯 드러나는 비유의 도식성은 숙고를 요청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당산에서’ 외 네 편은 자기 안으로 함몰되지 않고 타자를 향해 조심스럽게 몸과 마음을 돌리는 시적 운동이 느껴지는 작품들이었다. 당선작은 할머니에서 어머니 그리고 나에게로 이어지는 여성 서사의 저력을 육화한 수작이다. 독백이나 넋두리 수준의 사담에 연루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그 또한 상투화된 기우로 만들어줄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우리는 기꺼이 시인의 모험에 함께하기로 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의 공덕이 부식토로 깔려 있음을 잊지 않고 정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