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두 다섯 편이었다. 그중 ‘흔들리는 그림자’와 ‘어항 안의 바깥’은 공상과학(SF) 계열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종말 이후의 세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내장한 이 소설들은 충실한 자료 조사와 독특한 설정 자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도착한 결론이 다분히 상투적이고 관습적인 차원에 머물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대사와 몇몇 에피소드의 허술함이 전체적인 구조에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말도 보태고 싶다. ‘이터널썸머’와 ‘방문 교사’, 이 두 편은 가독성이 높은 소설이다. 각각 ‘클럽에서 유령을 본다’는 설정과 ‘제자에게 베푼 선의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되돌아온다’는 이야기를 줄기 삼고 있는데, 독특한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묘한 정서와 긴장감이 있는 소설들이다. 올해의 당선작은 ‘세노테 다이빙’이다. 카리브해로 혼자 신혼여행을 떠나온 현조의 여정을 따라가는 이 소설은, 장소 그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가 되고 주제가 되는(폐허와 탄생), 서사적 완결성을 지닌 작품이다. 우리 시대 사랑에 대한 시의적절한 질문과 함께 안정된 문장과 플롯이 일품인 작품이다. 당선을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