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주심 박태일)는 최근 오리온·오리온홀딩스·쇼박스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임원들의 2017~2020년 초과 건보료 납부액을 돌려달라”며 청구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기각했다. 이들 회사가 소송을 낸 2020년 당시 A씨와 B씨는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 임원을 겸직했고, C씨는 이에 더해 쇼박스 임원으로도 재직했다.
A씨 등은 여러 계열사의 등기 임원이어서 직장별로 직장 가입자 건보료를 책정받았다.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직장인 건보료는 소득에 비례해서 책정되지만, 무제한 부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한액 규정을 두고 있다. 2020년 건보료 상한액은 회사 부담분과 개인 부담분이 직장 가입자 1인당 각각 월 332만원이었다. 건보료는 회사와 직원이 절반씩 부담한다. 회사가 건보료 초과 납부와 관련한 소송에서 이기면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도 초과 납부액을 공단으로부터 돌려받는다.
오리온 등은 “건보료 상한액은 사업장별로 계산할 게 아니라 가입자별로 계산해야 한다”며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예컨대 C씨는 계열사들과 개인이 2020년에 매달 332만원씩만 내면 되는데도 건보료 상한액을 계열사별로 적용해 996만원씩을 냈으니 초과분을 돌려달라는 취지였다. 공단은 이에 맞서 “건보료 상한액은 개별 가입자가 아니라 사업장별로 책정하는 것”이라며 직장별로 책정한 건보료가 상한액을 넘기지 않은 이상 여러 사업장에서 부과한 총액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다른 사회보험인 국민연금도 국민연금법에서 근로자가 둘 이상의 사업장에 소속된 경우 ‘가입자 1명당’ 상한액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건강보험법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리온 등은 “국민연금의 해당 규정을 건강보험에도 준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일축했다. 재판부는 “국민연금은 납부하는 보험료와 지급받는 급여 사이에 ‘등가 원칙(낸 만큼 받는다)’이 강하게 요구되는 반면, 건강보험은 부담 능력이 강한 가입자와 약한 가입자 사이에 사회적 조정을 하는 ‘사회연대 원칙’이 우선한다”며 “국회의 입법 정책적인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오리온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공단의 건보료 부과 처분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행정소송도 별도로 제기했다.
공단을 대리한 조병기 변호사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직장 가입자가 두 곳 이상의 사업장에서 보수를 받는 경우 보험료 부과의 통일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각 사업장 단위로 보험료를 징수한다”며 “직장 가입자의 건보료 상한액 규정 역시 사업장 단위별로 적용돼야 함을 확인해준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총보수 약 39억원을 받았고, B씨도 비슷한 금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씨도 같은 해 총보수 30억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기준으로 직장 가입자가 건보료 상한액을 적용받으려면 월급 1억450만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3738명만이 해당됐다.
오리온 관계자는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으로 인적 분할하게 됐는데, 이후 공단이 건보료를 사업장별로 계산해 이중부과한 데 문제제기한 것"이라며 "2심 진행 중이며 승소시 돌려 받는 금액은 사회공헌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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