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돈 가뭄'에…개인 큰손 찾는 바이오社

입력 2023-01-03 17:28   수정 2023-01-04 00:55

국내 비상장 바이오업체들이 개인투자자 모시기에 나섰다. 벤처캐피털(VC) 투자가 위축되면서 개인투자조합 등의 투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서다. 기관투자가의 뭉칫돈 투자 유치에 치중하던 바이오벤처들이 자금난에 내몰리면서 조달 창구를 다양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귀한 몸’ 된 개인조합
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A사는 최근 개인투자조합 자금 30억원을 유치했다. 2020년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은 이 회사는 2년여 만에 가까스로 연구개발(R&D) 등에 쓸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개인투자조합은 출자총액 1억원 이상, 조합원 수 49인 이하로 구성된 투자조합이다. 이 업체가 개인투자조합 자금을 유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다른 바이오벤처 B사도 개인투자조합 자금 20억원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 벤처캐피털이 주요 주주로 있는 항암제 개발 비상장 바이오벤처 C사 역시 개인투자조합 자금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자산가나 전업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결성된 개인투자조합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수소문하고 있다”고 했다.
자금난에 상황 반전
2~3년 전만 해도 비상장 바이오 투자 시장에서 개인투자조합은 반가운 손님이 아니었다. 벤처캐피털 등 기관투자가가 개인투자조합과 함께 투자하는 걸 꺼렸다.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대형 벤처캐피털일수록 이런 성향이 더 강했다. 벤처캐피털들끼리 주주사를 구성하는 게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 후 개인투자조합발(發) 차익실현 매물이 언제 쏟아질지 모른다는 부담도 컸다.

벤처캐피털 심사역은 “개인투자조합과 함께 주주로 참여하면 주주 관리에 여러모로 번거로움이 생긴다”며 “개인투자조합 참여를 의도적으로 배제해왔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바이오벤처 입장에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벤처캐피털 투자만으로도 임상개발 등 운영자금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었기에 굳이 개인투자조합 자금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장기적 안목의 기관투자가와 달리 개인투자조합은 단기 차익을 좇는다는 인식도 한몫했다.

하지만 바이오업계에 1년 넘게 자금난이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조합 자금도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 됐다. 벤처캐피털들도 바이오벤처들의 개인투자조합 자금 유치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개인투자조합의 비상장 바이오벤처 투자 기회가 늘어난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캐피털 자금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개인투자조합 자금이라도 유치하려는 바이오벤처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개인조합도 기회 열렸지만
과거에도 개인투자조합의 바이오벤처 투자가 없진 않았다. 창업 초기 엔젤투자가 많았다. 최근 바이오벤처들이 도움을 구하고 있는 개인투자조합은 엔젤투자가들과는 다르다. 일반 개인 ‘큰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개인투자자의 비상장 바이오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금 시장이 워낙 얼어붙은 탓에 막상 자금 유치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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