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경찰서는 3일 가짜 임대인과 임차인을 모집한 뒤 전세 계약서와 대출 관련 서류를 꾸며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가로챈 일당 6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총책을 맡은 40대 후반 A씨와 중간책인 30대 후반 B씨 등 주범 일곱 명은 구속됐다.
A씨는 허위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전세 대출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2021년 1월 사회에서 알게 된 후배들과 대출 사기 조직을 결성했다. 이들은 임차인 등을 이용해 △시중은행에서 직접 대출받는 ‘대출실장’ △전세 계약서와 재직증명서 등 대출 신청 서류를 조작하는 ‘위조책’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 돈을 세탁하는 ‘환전책’ △범행에 가담할 가짜 임차인과 임대인을 모집하는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B씨는 A씨의 지시를 받아 범행 전 과정을 총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범죄 수익 배분을 약속하면서 ‘다단계 방식’으로 지인을 끌어들여 조직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 제도가 임차인의 소득 증빙 관련 서류와 전세 계약서만 있으면 쉽게 대출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45차례에 걸쳐 100억원 상당의 돈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3~4건의 대출 사기를 확인하고 수사에 나섰는데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기 사건이 계속해서 파악되고 있다”며 “수사가 진행될수록 전체 사기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관련 첩보를 처음 입수한 경찰은 11월 중순께 주범들의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 수색해 임대인과 임차인 등 명단을 확보한 뒤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7명을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한국주택금융공사와 해당 은행 등에 대출제도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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