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폴리실리콘 잔혹사]15년간 1조 투입했지만…공급과잉 못이기고 청산

입력 2023-01-05 11:13  

이 기사는 01월 05일 11: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CC의 야심찬 폴리실리콘 사업 확장 계획이 국내 철수에 이어 해외법인 청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십수년간 투자금을 쏟은 PTC 법인은 상업생산 목표를 끝내 이루지 못했고 우발채무까지 현실화할 위기에 놓였다. KCC는 태양광 분야 중 최첨단 신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차세대 동력으로 보고 2008년부터 공을 들여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KCC의 태양광 사업 전초기지였다. 2010년 현지 화학업체 MEC와 현지법인 PTC를 세운 게 그 일환이다. 태양전지의 솔라 셀(cell) 기판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폴리실리콘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의 사업성에 기대를 걸었다.

사우디에 공장을 세운 배경엔 저렴한 전력비 때문이었다. 전력비는 폴리실리콘 생산원가에서 30~40%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사우디의 전략비는 비교적 저렴했다. KCC는 2013년 말까지 사우디 주바일에 연간 3000톤 규모의 생산공장 건설을 마치고 2014년 상업생산 가동을 목표로 했다. 또 2016년까지는 1만2000톤까지 증설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매년 생산 가동을 계획했지만 결국엔 청산에 이르렀다. 품질과 원가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시험 가동만 진행됐다. 회사에 따르면 소액의 시제품 일부 매출은 있었지만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 2008년부터 시작된 반전없는 잔혹사
15년의 투자가 결실을 맺지 못한 점은 뼈아프다. KCC의 폴리실리콘 잔혹사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CC는 당시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 태양광 사업을 하는 현대중공업과 손을 잡았다. 양사가 합작(KCC 51%, 현대중공업 49%)으로 폴리실리콘 생산기업 KAM을 설립했지만 업황이 몰락하면서 영향을 받았다. 당시 자본잠식률 98%, 부채비율 4770%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이 설립 5년 만에 손을 떼기로 결정하면서 지분을 무상소각했고 KAM은 KCC 자회사로 편입됐다.

KCC는 당시 PTC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KAM 흡수합병을 단행했는데, 결국엔 그해 공장 가동을 멈췄다. KCC는 이후 협의 없이 발을 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손실의 49%를 보상받았다. 지분 소각으로 초기투자금을 날린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사우디 PTC 초기 안정화를 위해 흡수합병까지 단행했던 KCC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사업이었다.

국내 생산은 2011년 중단됐다. 그 때 3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대죽 3공장)을 가동 중단하고 스크랩(해체 후 매각) 처리 수순을 밟았다. 해당 공장 투자금 3237억원에 대해선 손상처리했다.
◆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업황 부진 영향
KCC가 사업에 실패한 결정적 이유는 폴리실리콘 시장가격 급락에 따른 업황 부진 탓이다. 2009년 kg당 60달러에 달했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PTC가 세워진 이후 2012년에 kg당 17달러까지 추락했다. 설립 전후로 가격이 70% 넘게 떨어진 것이다. 통상 제조사들이 영업이익 손실을 면할 수 있는 마지노선 가격은 kg당 20달러로 인식된다. 가격 변동으로 공급계약이 해지되는 일도 많았다. 2012년 말 글로실, 엔리에너지, 칼테크세미가 수익성을 근거로 계약을 해지했는데 이들 계약 규모만 3742억원에 이르렀다.

가격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25달러 전후대로 당시보다 소폭 회복했지만 중국발 공급과잉이 잇따라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내 전력난으로 태양광 모듈 수요가 늘면서 중국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다. 작년 글로벌 폴리실리콘 증설은 35만5000톤이 이뤄졌는데 올해는 105만5000톤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올해 3분기까지도 증설 압박이 높아 가격 하락세가 지속, 성장률도 더욱 둔화할 것이라 보고있다.

KCC는 사우디 법인 청산 전까지 태양광 시장 호조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오르기만을 기다렸지만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면서 상업생산에 대한 기대를 버려왔다. PTC 대여금, 미수금, 미수수익 모두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전액 대손충당금을 설정해왔다.

제대로 수익을 내보지도 못한 채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위기에도 놓였다. KCC는 상업생산 프로젝트 완료를 위한 자금이 부족할 경우 MEC와 함께 절반씩 자금을 지원할 보충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다만 우발채무 2420억원 가운데 최대 절반을 부담하게 되더라도 KCC 기초체력에 큰 무리는 없다. 보유현금으로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다. 지난 3분기 말 KCC의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9299억원이다.

부채비율(150.5%) 등 연결 재무지표는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KCC는 2019년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 규모로 미국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부채부담이 이미 상당 부분 높아진 상태다. 작년 3분기말 연결 기준으로 총차입금(5조2913억원)이 5조원을 넘어서는 등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모멘티브 인수 전 2018년말(1조8756억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는 규모다.

KCC는 폴리실리콘(무기실리콘) 대신 모멘티브가 영위하는 유기실리콘 사업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인수 3년이 흐른 현재 모멘티브 사업은 KCC 전체 매출의 62.5%를 차지하는 대표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도료(20%)와 건자재(12.5%) 비중을 넘어선 지 오래다. 유기실리콘은 흔히 알려진 실리콘(Silicone)의 개념으로, 중국 규제로 인한 공급 축소와 친환경 소비에 따른 수요 증가와 맞물려 호황을 맞고 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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