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외국계 증권사의 전망이 나오면서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정부가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늘린다는 소식도 상승폭을 키웠다.
4일 삼성전자는 4.33% 상승한 5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7.14% 급등한 8만1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적자전환 전망에 지난 11월 말 시가총액 4위로 밀려났던 SK하이닉스는 두달여만에 다시 3위로 올라왔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하루 새 삼성전자를 1770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590억원어치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원익IPS(9.66%), 주성엔지니어링(6.60%), 유진테크(5.54%), GST(4.28%) 등 반도체 장비주도 일제히 날아올랐다.
전날 씨티증권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급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예상보다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씨티증권은 1분기 D램 반도체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5%, 낸드 반도체 가격은 2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증권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해 손익 분기점 수준(cash-cost level)까지 떨어지면서 삼성전자가 공급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이 악화해도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씨티증권은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보수적 설비 투자 계획에 힘입어 D램과 낸드 반도체 가격이 각각 올 3분기, 4분기에 반등하기 시작해 내년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과 키옥시아,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설비투자 축소에 동참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공급 증가량이 둔화되면서 업황이 개선되는 시점도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날 주가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투자 세제 지원 강화 방안도 상승폭을 키웠다. 반도체 등 전략 분야에서 신규 사업에 뛰어드는 대기업은 최고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반도체주 상승이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남 연구원은 "곧 발표될 반도체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4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 1, 2분기 실적 전망치도 추가로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박의명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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