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모예스에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다. 강인한 여성이 등장해 역경을 이겨내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의 모습이다.
최근 한국에 출간된 그의 신작 <별을 선사해준 사람>도 여기에 해당한다. 책은 1930년대 말 대공황 막바지 미국 켄터키주 동부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이동 도서관’을 운영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앨리스는 숨 막히는 영국에서의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잘생긴 미국 청년 베넷과 결혼해 미국에 온다. 하지만 새로 정착한 켄터키도 억압적인 면에서 그가 떠나온 곳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느 날 도서관까지 찾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말을 타고 외진 곳까지 가 직접 책을 빌려주는 이동 도서관 사업이 시작되고, 여성으로 구성된 사서 팀을 모집 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앨리스는 단번에 합류를 결정한다. 악명 높은 밀주업자의 딸, 남자 형제만 있는 집의 외동딸, 한쪽 다리가 불편한 여성, 유색인 등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5명의 여성으로 사서 팀이 꾸려진다. 경직된 사회 분위기 속에 위축돼 있던 이들은 점차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는다.
모예스는 2017년 6월 스미스소니언협회가 발행한 잡지에서 말을 타고 책을 빌려주러 가던 여성들에 대한 기사를 읽고 이 소설을 착안했다고 한다. 능숙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은 여전해 400여 쪽에 이르지만 술술 읽힌다. 다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이 쉬운 건 약점이다. 뻔한 이야기로 비칠 수 있다.
다음달 영국과 미국에선 작가의 신작인 <누군가의 신발(Someone Else’s Shoes)>이 출간된다. 경제적 지위가 다른 두 여성의 가방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을 다룬다. 모예스의 여성 서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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