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는 요즘 “올해부터 나이가 한 살씩 줄어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6월부터 시행된다는 ‘만 나이’ 제도 때문이다. 만 나이는 관습적으로 써오던 나이, 즉 ‘세는나이’보다 많게는 두 살까지 줄어드는 마법의 셈법이다. 하지만 오해도 있다. 이게 마치 새해부터 달라지는 제도인 양 말하는 게 그렇다. 사실은 예전부터 있던 것이다. 우리 민법에선 1958년 제정될 때부터 만 나이를 규정해왔다. 다만 일반인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민법은 제정 때부터 ‘만 나이’ 쓰게 규정
그 배경에는 ‘읽기 쉽고, 알기 쉬운’ 공공언어에 반하는, 모호한 민법 조항이 자리잡고 있다. 민법 제158조가 나이 계산 방식을 규정한 항목이다. ‘연령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 이것을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일부 개정했다. ‘나이는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滿)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한다. 다만, 1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수(月數)로 표시할 수 있다.’ 핵심인 ‘출생일을 산입한다’는 그대로 있고, ‘만 나이로 계산’과 ‘연수로 표시’가 덧붙었다. 이것은 어법상 동어반복, 즉 군더더기에 해당한다. ‘출생일 산입’이 곧 만 나이로 계산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연수로 표시’ 역시 당연한 얘기를 되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이를 연수로 나타내지 않으면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렇다.
왜 이리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까? 공공재인 민법의 언어를 애초 누구나 알기 쉽게 쓰지 않고 모호하게 풀어놨기 때문이다. 나이를 따질 때 ‘출생일을 산입한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이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산입(算入)은 ‘셈하여 넣음’을 뜻하는 말임을 염두에 두자. 하나는 나이를 더할 때 출생일을 셈하여 넣는다, 즉 출생일 0시부터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이다. 가령 1월 5일생이라면 다음해 1월6일부터가 아니라 1월5일부터 두 살이 된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만 나이 셈법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이 기산점, 즉 출생일이 돼야 비로소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뜻이니 곧 만 나이를 나타낸다. 그래도 여전히 헷갈리면 비교 대상인 ‘연 나이’와 ‘세는나이’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연 나이와 세는나이는 출생일에 상관없이 그저 해가 바뀌면 한 살을 더 먹는 셈법이다.
어법상 오류 고쳐야 진정한 ‘민법 개정’
애초부터 민법에선 출생일을 따져 나이를 더한다고 했으니 곧 만 나이를 규정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제 이번 개정이 단순한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음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저 모호한 의미를 좀 더 명확히 풀어서 설명했을 뿐이다. 오히려 더 큰 허물은 방치돼 있다. 200여 곳에 이르는 민법의 비문을 비롯해 일본어 직역에 따른 어색한 표현이 그런 것들이다. 심지어 오자까지 있다. 제정된 지 60년 넘게 이어져온 부끄러운 실태다. 그런 점에서 민법 조문은 국민의 ‘쉬운 공공언어 접근권’에 어긋난다. 공공의 소통능력을 떨어뜨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김세중 전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장이 민법 개정운동을 펼치는 까닭이기도 하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나이 한 살을 먹는다. 이는 관습에 따른 셈법이다. 어머니 배에서부터 생명체로 자라온 기간을 나이 한 살로 치는 것이다. 그 뒤 출생일에 상관없이 해가 바뀌어 ‘떡국’을 먹고 나면 두 살이 된다. 그것을 ‘세는나이’라고 한다. ‘만 나이’는 태어나 만 1년 뒤에 비로소 한 살이다. 그 이듬해 다시 출생일이 돌아오기 전까지 계속 한 살이다. 그래서 세는나이에 비해 많게는 두 살이 줄어든다. ‘연 나이’는 무조건 지금의 해에서 태어난 해를 빼는 방식이다. ‘만 나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출생일을 따지지 않는 게 다르다. 그저 다음해 1월 1일이 되면 한 살을 더 먹는 셈법이다. 병역법, 청소년보호법 등에서 취하고 있다.
‘세는나이’가 사전에 오른 말인 데 비해 ‘만나이/연나이’는 정식 단어가 아니라는 점도 차이점이다. 그래서 아직은 ‘만 나이/연 나이’ 식으로 띄어 쓴다. 이제 하루빨리 이들도 사전에 올려 한 단어로 쓸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