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2차선 도로를 달리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차도에 걸친 채 인도에 정차 중인 화물차의 사이드미러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해차량 차주는 사고 처리 과정에서 화물차 운전자가 "아파 죽겠다"면서 보험사 대인 접수를 요구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1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사이드미러 툭 쳤는데, 대인 접수 요구?'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의 제보자이자 가해 차주인 A씨가 제보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2시께 중앙분리봉이 있는 왕복 2차선 도로를 달리던 중 우측 인도에 정차 중인 화물차를 목격했다.
당시 화물차는 왼쪽 바퀴는 차도에, 우측 바퀴는 인도에 올려 비상등을 켠 채 정차 중이었다. 화물차로 인해 도로 폭은 좁아졌고, 대형 SUV를 몰던 A씨는 그사이를 지나가다가 결국 화물차의 사이드미러와 부딪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씨는 사고 정도에 대해 "사이드미러가 접히지도 않았고, 양쪽 차 흠집 하나 없이 아주 깨끗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화물차 운전자 B씨는 보험사에 대물 접수는 물론 대인 접수도 요구했다. B씨는 "너무 아파서 당장 병원에 가야 하니 대인 접수를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이를 거부하자 B씨는 A씨가 사이드미러 접촉 후 사고가 발생한 지점에 바로 차를 세우지 않고, 정차 공간을 찾고자 몇초간 더 주행했던 점을 지적하며 "뺑소니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하지만 블랙박스 영상에는 A씨가 사고 당시 도주 의도가 없었다는 점이 명백한 음성이 담겼다. 이에 한문철 변호사 역시 이 부분은 뺑소니 사고 성립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B씨 차는 주류 배달하는 화물차로, 낡고 찌그러진 곳도 많은 반면, 부딪힌 사이드미러는 흠집 하나 없이 말끔하다"며 "(도로에) 반을 걸쳐 주차해 지나다니는 차에 먼저 피해를 준 거면서 사이드미러 부딪혔다고 아파 죽겠다는 상대방이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키도 크고 건장한 젊은 남자분이 사이드미러 충격에 병원에 가고 일 못한 부분에 대한 피해보상도 요구하는 게 상식적으로 너무 이해되지 않는다"며 "하루에 과속방지턱은 어떻게 넘고 다니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A씨의 보험사 담당자 역시 "고객님, 요즘 세상이 이렇게 무섭다"면서 A씨보다 현 상황에 더 열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담당 경찰관은 "더 급하고 중대한 사건도 많은데, 어처구니없다"며 "사건 다운 사건을 맡고 싶다"고 하소연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A씨의 과실이 더 큰 건 분명하지만, B씨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B씨 화물차의 사이드미러가 접이식이 아닌 고정식이었다면 다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약간의 의문을 남겼다.
한문철 변호사는 "물론 A씨가 더 조심해서 갔어야 하지만, 통행에 어느 정도 방해를 준 B씨에게 과실이 20%는 돼야 하지 않겠냐"며 "만약 화물차의 사이드미러가 고정식이고 충돌로 인해 날아갈 정도였다면 차가 흔들릴 수 있고, 놀랄 수도 있겠지만, (B씨의 사이드미러가) 고정식이 아닌 접이식으로 알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사고에서 사이드미러끼리 충돌했는데 다쳤다니, B씨의 블랙박스 영상이 보고 싶다"면서 "사이드미러도 안 접히거나 깨졌다거나 망가진 게 있어야 고쳐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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