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업체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배터리 업체 대비 약 30% 저렴한 가격과 그동안 지적받아왔던 안전성 문제를 점차 개선하고 있는 것이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선택받은 이유로 꼽힌다.
8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중국 CATL이 165.7GWh(기가와트시)로 1위를 차지했다. 시장 점유율은 37.1%에 달했다. CATL은 2021년 같은 기간에는 이 수치가 82.1GWh 였지만 무려 101.8% 증가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크게 올랐다.
중국 BYD 역시 60.6GWh를 사용해 LG에너지솔루션을 따돌리고 2위를 차지했다. BYD는 2021년 22.6GWh 사용량으로 8.8% 점유율에 그쳤으나, 1년 만에 5%포인트 가까이 오른 13.6%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이외에 CALB, 궈쉔하이테크, 선와다, EV에너지 등 중국 기업들도 세계 10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에 포함됐다. 7위 CALB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4%, 8위 궈쉔하이테크 2.8%, 9위 선와다 1.7%, 10위 EV에너지 1.3%를 차지했다.
이들 중국 기업 6곳이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을 모두 합산하면 60.5%까지 뛴다.
반면 국내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 기간 54.8GWh를 기록해 전년(49.9GWh) 대비 사용량은 많아졌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2.3%에 그치면서 순위도 2위에서 3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엔 19.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SK온은 26.1GWh(5.9%), 삼성SDI는 22.1GWh(5.0%)로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3.2%에 그쳤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폭발적 성장세는 자국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크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중국은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CA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친환경차는 640만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당초 예상치였던 500만대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2021년 299만대가 판매된 것과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다. 현재 중국에서 팔리고 있는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은 26%가량으로 4대 중 1대꼴로 전기차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전 세계 완성차 기업들로부터 선택을 받고 있는 것도 중국 업체들이 배터리 시장을 장악해가는 이유다.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업체들과 달리 중국 기업들은 저가형 배터리인 LFP(리튬·철·인산)를 쓴다. LFP 배터리는 원재료값이 NCM 배터리 대비 저렴하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그동안 'B급 배터리' 취급을 받아왔다. 에너지 밀도가 낮기 때문에 그만큼 배터리 크기가 커지고 차체를 무겁게 만든다.
리서치 회사인 BMI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LFP 배터리 가격은 NCM 배터리보다 30%가량 저렴했다. LFP 배터리의 주 원료인 철이 NCM 배터리의 주 원료인 니켈·코발트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LFP 배터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NCM 배터리 못지않은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로 개선되고 있다. CATL은 지난해 차세대 LFP 배터리를 공개했는데 이 배터리는 기존 LFP에 망간과 아연, 알루미늄을 추가한 것으로 에너지 밀도가 kg당 230Wh로 국내 기업의 주력인 NCM(kg당 250Wh) 배터리에 근접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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