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가 전혀 없네요. 직장인들은 점심 못먹고 그 시간에 은행 방문하는데, 은행은 단축 영업에 점심시간까지 챙기다니…우리 같은 직장인들은 반차라도 쓰라는 건가요. 왜 고객들이 손해를 봐야 합니까."(직장인 김 모씨(35세))
"은행에 예·적금 다 넣고 있는데 불편은 불편대로 감수해야 하고…역시 은행이 갑중에 갑이네요."(전업주부 양 모씨(40세))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9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 관공서 등의 서비스 영업시간은 복원됐지만 은행문은 여전히 오후 3시30분에 닫고 있다. 여기에 일부 시중은행은 점심시간(1시간)에도 영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30일부터 14개 영업점을 대상으로 '중식시간 동시사용' 제도를 시범 운영한다. 해당 지점은 행원들이 점심을 먹는 낮 1시간 동안 영업이 중단된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은 1차적으로 공공기관과 군부대에 있는 10개 점포를 대상으로 점심시간에 문을 닫기로 했다. 오는 3월6일부터는 관공서와 대학 등에 위치한 4개 점포가 이를 도입한다. 운영기간은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진행된다. 다만 은행 영업이 중단되는 점심시간은 지점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정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일반 직장인의 이용률이 낮은 공공기관, 군부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해당 점포들은 행원 2~3명인 출장소 형태가 대부분"이라며 "고객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점심시간에 문을 닫기로 한 건 국민은행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대구은행·부산은행 등 지방은행이 소형 점포에 한해 낮 12시30분~오후 1시30분 혹은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한 시간 동안 업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형 시중은행이 이에 동참한 것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은행 점심시간 영업 중단은 그동안 금융노동조합이 꾸준히 요구해온 사항이다. 노조 측은 점심시간 때 2~3교대로 근무하더라도 휴가, 연수 등으로 인원 공백이 발생했을 경우 점심을 제때 먹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 직원들의 건강이 문제된다고 우려한다. 또 교대근무에 따라 창구가 혼잡해져 불완전 판매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은행의 점심시간 도입으로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은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 지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현재 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기존(오전 9시~오후 4시)보다 1시간 단축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고객이 방문해 업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하루 5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조율을 잘 할것"이라면서도 "사실 영업시간이라도 정상화 한 다음에 점심시간 영업 중단을 시행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상황이 답답했는지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직접 나서 은행의 영업시간 정상화를 주문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전날 국민은행의 탄력점포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정상화 된 가운데서 은행 영업시간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은행권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와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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