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36시간 휴전 선언…바이든 "숨쉴 틈 필요했나"

입력 2023-01-06 17:44   수정 2023-02-05 00:03

러시아가 정교회 성탄절을 맞아 일시 휴전을 선언했지만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이 휴전 제안을 일축했다. 오히려 프랑스가 경전차를, 독일과 미국이 장갑차를 지원하기로 약속하는 등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결속이 공고해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러시아 크렘린궁은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의 요청에 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에 6일 낮 12시부터 7일 밤 12시까지 36시간 휴전을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교회는 가톨릭, 개신교와 달리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가 전면적인 휴전을 선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도 지난달 크리스마스에 앞서 러시아군에 철수를 제안했지만, 당시에는 러시아가 이 제안을 거부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일방적인 휴전 조치에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군은 돈바스에 있는 우리 청년들의 전진을 막고 군대를 우리 쪽으로 더 가까이 데려오기 위해 크리스마스를 위장책으로 쓰려 한다”고 비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도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떠나야만 일시 휴전이 가능하다”며 “위선적인 행위를 중단하라”고 비난했다.

미국도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은 크리스마스에도 병원, 보육원, 교회를 폭격할 준비가 된 사람이었다”며 “푸틴이 숨 쉴 틈을 찾으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발표 배후의 의도를 우리는 거의 믿지 않고 있다”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도 러시아의 휴전에 대해 “평화 전망을 진전시키려는 것과 무관하다”고 했다.

서방은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미국이 브래들리 장갑차를, 독일이 마더 장갑차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과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장갑차 지원 규모는 미국이 약 50대, 독일이 40대 정도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AMX-10RC 경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서방의 무기 지원 기조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6월 마크롱 대통령은 “전투기나 전차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프랑스가 이번에 지원하기로 한 무기가 사실상 전차나 다름없어서다. AMX-10RC는 무한궤도가 아니라 바퀴로 구동되고 장갑이 얇지만 걸프전에서 이라크의 소련제 전차를 제압한 이력이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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