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기회 경기 워크숍’이란 이름이 붙은 이 토론은 이튿날 새벽 1시까지 이어졌다. 10시간을 꽉 채운 ‘울트라 마라톤’급 토론 시간 외에도 눈길을 끈 것은 사전 자료, 스마트폰, 시간제한이 없는 ‘3무(無)’ 조건. “실현 가능성을 따지지 말고, 계급장 떼고 아이디어를 내보자”는 김 지사의 제안에 간부들이 응하면서 토론이 성사됐다.
취임 이후 김 지사는 ‘공직자의 관행을 깨자’고 수차례 강조했다. 중앙부처는 물론 민간 기업에서도 보기 드문 마라톤 토론을 밀어붙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지위고하와 부서 간 이해, 소요 예산 등을 가늠하다 아이디어가 사장(死藏)되는 ‘나쁜 관행’을 깨보자는 뜻이 담겼다는 게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지사는 워크숍에 앞서 “자료를 준비하면 논의가 자료대로 흐르고, 휴대폰을 지참하면 부서 직원들이 대기하거나 문자 등으로 지원할 우려가 있다”며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는 직원들은 야근 없이 전원 퇴근하라”고 거듭 지시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토론은 ‘어색함’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다양한 ‘아이디어 배틀’로 달아올랐다는 후문이다. 저출생, 초고령화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돌봄 거래소 설치’가 대표적이다. 개인이 누군가를 돌보면 바우처를 받고, 추후 본인에게 돌봄이 필요해지면 바우처를 쓸 수 있으며 거래소를 통해 사고팔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 교통법규를 지킨 배달 라이더에게 6개월 단위로 수당을 지급하는 ‘안전 기회수당’과 근로 환경이 열악한 요양보호사에게 특기를 가르쳐 자존감과 소득을 높이는 ‘기회 요양보호사’ 아이디어도 나왔다.
이 밖에 관광과 카지노를 묶은 경기도형 라스베이거스를 조성해 ‘한국형 CES’를 유치하자는 제안, 옛 팔달 도청사 지하 벙커를 와인 저장고로 활용하자는 제안 등 튀는 아이디어가 밤새 쏟아졌다. “쇼하려다 괜한 공무원 잡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기우였다.
공직 20년 만에 이런 괴물 토론은 처음이라고 털어놓은 한 참석자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무척 컸고, 긴 토론 시간도 힘들었지만 끝냈을 땐 ‘진짜 토론’을 한 것 같은 뿌듯함이 밀려왔다”고 했다. 한 공공기관장은 “매번 상대하는 실·국만이 아니라 다른 부서, 기관 구성원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며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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