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투자 격언이다. 주식에서 분산투자는 기업이나 업종을 다양화하는 것뿐 아니라 매수 시점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로 한 해를 마감한 지난해 증시에서도 ‘분산의 힘’은 유효했다. 다달이 분할 매수한 투자자는 연초에 목돈을 넣은 이들에 비해 손실 폭이 절반 이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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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3대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적립식으로 매수했을 때 수익률이 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다우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SPDR 다우존스산업평균 ETF’(종목코드 DIA) 수익률(2022년 1월 1일~12월 23일 기준)은 -8.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를 좇는 ‘SPDR S&P500 ETF’(SPY)는 -19.4%, 나스닥100지수를 반영하는 ‘인베스코 QQQ ETF’(QQQ)는 -32.8%였다.
이들 ETF를 매달 첫 영업일(통상 1일) 분할 매수했을 때 수익률은 DIA 0.3%, SPY -7.5%, QQQ -16.0%로 나타났다. 손실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 플러스 수익률도 가능했다는 얘기다.
SK증권은 지난해 세계 주요 주가지수가 고점과 저점을 낮춰가며 지속적으로 하락해 ‘저가 매수(buy the dip)’ 전략이 통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적립식 매수 기법을 선택한 투자자들은 손실 규모를 제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분할 매수는 하락장에서 ‘방어’에 강한 전략이다. 상승장에서는 적립식의 성과가 시장 평균을 밑돌게 된다. 횡보장에서는 두 방식의 수익률이 큰 차이가 없는 게 일반적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적립식 매수가 여전히 매력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주요 증시에서 박스권 장세가 예상되고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하방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별 종목이 아닌 펀드에 투자할 때도 분할 매수 전략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증권가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최근 1년간 해외주식형 펀드는 평균 -15%, 국내주식형 펀드는 -30% 안팎의 손실을 냈다. 저가 매수를 고려해볼 만한 상황이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 위험 요인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중국 등 주식형 펀드는 상반기까진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투자 기간을 중장기로 잡고 분할 매수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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