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은행주와 건설주가 ‘반짝 랠리’를 펼치며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 주주환원정책 확대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두 업종에 대해 추격 매수를 자제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새해 첫 주인 지난 2~6일 KRX은행지수는 13.16% 상승했다. 이 기간 17개 KRX업종지수 가운데 상승률 1위다. 코스피지수 상승률(2.40%)도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KRX건설지수는 5.47% 오르며 상승률 4위를 기록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가 은행주와 건설주에 동시 호재로 작용했다. △규제지역 해제 △분양가 상한제 완화 △전매 제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1.3 대책 발표로 부동산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은행은 부동산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국내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주주행동에 나선 것도 상승 폭을 키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은행주와 건설주가 큰 폭 반등하자 증권가에선 “두 업종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쏟아진 것은 아니다.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은행주가 급진적인 주주환원정책 변화를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주일간 은행주는 배당성향 30% 조기 달성 기대를 단기간에 투영했다”며 “배당 확대 당위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속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성급한 기대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건설주의 반등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사의 미분양 수치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 완화가 오히려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전국적으로 미분양 수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점점 커지는 주거비 부담과 빠르게 쌓이는 미분양 등을 감안할 때 부동산 경기는 단기간 회복되기 어렵다”며 “어려운 부동산 경기, 높은 공사원가 부담, 4분기 실적 예상치 하회 가능성 등을 감안해 건설업종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 증권사는 건설업종 최선호주로 주택사업 비중이 적은 삼성엔지니어링을 꼽았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