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설립된 낫소는 축구공 테니스공 등 스포츠용품을 제조하며 성장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국내 진출로 낫소가 설 자리는 점차 줄었다. 수년간 주인이 바뀌며 부침을 겪던 낫소를 2018년 주은형 대표(사진)가 인수했다. 9일 경기 고양시 낫소 본사에서 만난 주 대표는 “(회사를 인수할 때는) 이 정도로 힘들 줄 몰랐다”며 “취임하고 인도네시아 공장을 정상화하는 데 주력했고, 이제 열매를 맺었다”고 밝혔다.
대기업 경제연구소를 거쳐 추모공원사업 등을 하던 주 대표는 낫소가 청산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실사도 없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회사를 넘겨받은 뒤 실상을 살펴보니 기대했던 것과 크게 달랐다.
생산공장이 있는 인도네시아법인은 거의 방치 상태였다. 현지 직원 300명의 4개월치 급여가 밀려 있었다. 주 대표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거쳐 간 인물 중에 가장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분을 찾았고, 네 번을 찾아간 끝에 데려올 수 있었다”며 “이후 인력 구조조정과 생산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낫소는 한때 56개국으로 수출할 정도로 ‘잘나가던’ 토종 강소기업이었다. 하지만 주 대표가 인수하기 직전에는 13개국으로 판로가 위축됐다. 이를 되살리면서 지난해에는 33개국에 7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법인까지 합친 매출은 약 140억원(잠정)으로 인수 이후 연결 재무제표상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주 대표는 “수출 규모는 전년보다 280% 늘어난 것”이라며 “주문이 실매출의 두 배 이상이지만 생산 용량이 이에 미치지 못해 거절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기술이 뒤처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 대표는 “50년 가까이 만든 축구공은 노하우가 우리 연구소에 축적돼 있다”며 “그 결과 세계 최초로 4패널(조각) 시스템 공법이 적용된 공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보통 축구공은 정오각형 12개와 정육각형 20개의 32개 조각으로 만들어진다. 낫소의 ‘투지’는 4조각으로 이뤄졌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덕분에 일반인도 프로 선수 못지않은 무회전 슛을 구사할 수 있다. 최근 일고 있는 테니스 붐도 낫소에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테니스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네 배 뛰었다.
주 대표는 사업 다각화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카카오와 손을 잡고 캐릭터를 활용한 스포츠용품을 제작하고 있다”며 “스포츠 에어돔(공기 압력을 이용한 기둥 없는 실내 구조물), 의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골프장 로봇 캐디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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