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관련 기술도 빌려쓰는 시대…'As a Service' 시장 커진다

입력 2023-01-10 16:21   수정 2023-01-1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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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업계는 사업 모델과 개념이 쉼 없이 만들어지는 역동적 산업이다. 상당 기간 종사한 사람도 최신 정보와 조금만 떨어지면 새롭게 등장한 용어를 이해하기 어렵다. 다행히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개념 대부분은 예상보다 수명이 짧다. 일부만이 한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다.

그런 용어 중 ‘As a Service’가 있다. 핵심 뜻은 IT 관련 기술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빌려 쓰는 것이다. ‘As a Service’ 사업 모델이 어떻게 진화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흐를 것인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소유의 종말과 ‘As a Service’
‘As a Service’는 ‘자체 구축(In house)’ 또는 ‘소유(On premise)’와 상대되는 개념이다. 본격적 등장은 1990년대 후반 등장한 닷컴 산업과 함께였다. 초창기 인터넷 사업자들은 기본적인 인터넷 회선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인프라(공간·전기시설·공조시설)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구축, 개발해야 했다. 필연적으로 많은 설비 투자와 고비용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자본이 부족한 인터넷 벤처들엔 엄청난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IDC 및 코로케이션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지금은 너무 일반적이라 아무도 혁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다. ‘고객이 사업자가 소유한 대규모 시설로 자신의 시스템을 가져온다’는 개념은 새 패러다임이었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게 된 IDC 사업자는 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IDC와 서버 임대 그리고 기본적인 서버 운영 서비스를 결합한 호스팅 서비스도 등장한다. 월 임대 형식의 시작이다.

초고속 인터넷의 확산으로 온라인 게임·고화질 동영상 같은 대용량 콘텐츠가 나온 점은 또 하나의 분기점이다. 네트워크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서비스가 만들어지며 ‘As a Service’는 응용 프로그램 영역까지 확장됐다. 사용량 기준의 요금제가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2010년 전후 본격화된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발전해, 데이터베이스·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등 전 영역으로 확장 추세다.
○B2B 중심의 美 유니콘
‘As a Service’ 진화의 제반 조건을 알기 위해선, 미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1년 미국에선 300여개 이상의 새로운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국내와의 차이는 그 유니콘 기업 중에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분야는 3분의 1이 채 안 되고 나머지는 기업간거래(B2B)란 점이다. 특히 B2B 유니콘 기업 중에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0%에 이른다.

B2B SaaS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2021년 투자된 2960억달러(약 376조원)의 스타트업 투자자금 중 64.5%에 해당하는 1910억달러(242조원)가 B2B 기업에 투자되고 있고, 이 중 SaaS 기업에 투자된 자금만 무려 900억달러(114조원)에 달한다.

자본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B2B SaaS 산업의 강세는 중국·인도 등 1인당 GDP가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도상국보다는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2018년 미국은 전체 글로벌 SaaS 투자 규모의 70.1%를 차지하여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B2C 투자 중심에 SaaS 기업 투자는 매우 미미하다. 상대적인 저임금으로 인해 기업들이 아직 소프트웨어 등의 IT 기술을 직접 개발하거나 소유하는 비용이 낮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높은 개발자 인건비로 인해 IT 기술을 소유하는 것보다는 빌려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 SaaS 기업과의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결론적으로 ‘As a Service’ 분야에 대한 투자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토종 SaaS 관심 필요
국내 SaaS 시장은 관련 통계도 거의 없을 만큼 아직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다. 추산은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1 클라우드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SaaS 기업은 2018년 570개에서 2020년 780개로 연평균 100개씩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액은 2018년 1조1000억원에서 2021년 1조4000억원대로 연평균 1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가 의미하는 바는 한 해에 창업되고 있는 10만개 이상의 스타트업 중에 SaaS 분야에 도전하는 기업의 수가 1%에 그치고 있을 정도로 적다는 뜻이다. 국내 SaaS 기업의 매출 총액이 전체 경제 규모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이미 해외 SaaS 기업이 관련 시장을 선점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As a Service’는 국가 간 경계가 거의 무의미하다. 시장 선점효과가 훨씬 더 크고 지속적이며, 파급효과는 글로벌하게 진행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 내부의 업무수행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유사해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SaaS는 기업고객의 내부 업무 프로세스와 결합하고 있다. 사업자 이동 비용(Churning Cost)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서도 역량이 뛰어난 관련 스타트업의 수많은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김형석 카테노이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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