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용어 중 ‘As a Service’가 있다. 핵심 뜻은 IT 관련 기술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빌려 쓰는 것이다. ‘As a Service’ 사업 모델이 어떻게 진화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흐를 것인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IDC 및 코로케이션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지금은 너무 일반적이라 아무도 혁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다. ‘고객이 사업자가 소유한 대규모 시설로 자신의 시스템을 가져온다’는 개념은 새 패러다임이었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게 된 IDC 사업자는 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IDC와 서버 임대 그리고 기본적인 서버 운영 서비스를 결합한 호스팅 서비스도 등장한다. 월 임대 형식의 시작이다.
초고속 인터넷의 확산으로 온라인 게임·고화질 동영상 같은 대용량 콘텐츠가 나온 점은 또 하나의 분기점이다. 네트워크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서비스가 만들어지며 ‘As a Service’는 응용 프로그램 영역까지 확장됐다. 사용량 기준의 요금제가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2010년 전후 본격화된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발전해, 데이터베이스·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등 전 영역으로 확장 추세다.
B2B SaaS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2021년 투자된 2960억달러(약 376조원)의 스타트업 투자자금 중 64.5%에 해당하는 1910억달러(242조원)가 B2B 기업에 투자되고 있고, 이 중 SaaS 기업에 투자된 자금만 무려 900억달러(114조원)에 달한다.
자본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B2B SaaS 산업의 강세는 중국·인도 등 1인당 GDP가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도상국보다는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2018년 미국은 전체 글로벌 SaaS 투자 규모의 70.1%를 차지하여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B2C 투자 중심에 SaaS 기업 투자는 매우 미미하다. 상대적인 저임금으로 인해 기업들이 아직 소프트웨어 등의 IT 기술을 직접 개발하거나 소유하는 비용이 낮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높은 개발자 인건비로 인해 IT 기술을 소유하는 것보다는 빌려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 SaaS 기업과의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결론적으로 ‘As a Service’ 분야에 대한 투자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As a Service’는 국가 간 경계가 거의 무의미하다. 시장 선점효과가 훨씬 더 크고 지속적이며, 파급효과는 글로벌하게 진행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 내부의 업무수행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유사해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SaaS는 기업고객의 내부 업무 프로세스와 결합하고 있다. 사업자 이동 비용(Churning Cost)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서도 역량이 뛰어난 관련 스타트업의 수많은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김형석 카테노이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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