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스' 맞을까? 월가의 ‘갑론을박’

입력 2023-01-10 16:17   수정 2023-01-10 16:20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 논쟁이 뜨겁다.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은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지표였다. 임금인상률이 예상치를 밑돌아서다. 발표를 눈앞에 둔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더 둔화할 것이란 예상도 힘을 보탰다. 반면 아직 바닥을 보지 않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기업들의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은 데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물가상승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반박 근거다.
○임금 상승률 둔화
월가는 최근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12월 고용보고서에서 둔화한 임금 상승률을 보고 한껏 고무돼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물가 세부 항목 가운데서 특히 서비스 부문을 주목하고 있는데, 서비스 물가에서 임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6%다. 시장 전망치(5.0%)보다 낮은 수치다.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전월보다도 0.3% 오르면서 전망치(0.4%)를 밑돌았다.

임금 상승률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고용 시장은 견고하다. 12월 실업률은 전월(3.6%)보다 0.1%포인트 하락한 3.5%였다. 비농업 일자리 수는 전년 대비 22만3000개 증가하면서 시장 전망치(20만개)를 크게 웃돌았다.

CPI 상승률도 지난해 6월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 9.1%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떨어지고 있다. 점차 낮아지는 모습이다. 근원 CPI도 9월 6.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12월엔 5.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개 드는 골디락스 주장
고용·물가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오자 '골디락스'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Fed가 물가 목표치 2% 도달 의지를 꺾지 않고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는 와중에도 각종 경제 지표가 탄탄하게 나와서다.

블룸버그 소속 이코노미스트인 애나 웡과 엘리자 윙어는 지난 7일 "12월 고용지표는 골디락스의 흔적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EY 파르테논의 수석 경제학자 그레고리 다코는 포춘지에 12월 고용지표를 "골디락스 일자리 보고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경기침체 시나리오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사진의 트위터에 "많은 해고 없이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이 진정된다면 경기 침체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아직 멀었다"
하지만 골디락스 가능성은 시장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Fed가 물가 목표치 2%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12월 고용 지표만으로 Fed가 긴축 기조를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미 Fed는 지난해 물가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으로 신뢰도에 상처를 입었다. 게다가 섣불리 긴축 기조를 포기했다가 역사적으로 실패한 통화정책으로 기록될 것에 대한 두려움도 적지 않다는 과측도 적지 않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선 훨씬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것(12월 고용 보고서)은 내 전망을 전혀 바꾸지 못한다"며 기준금리가 5%를 넘는 수준에서 한동안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리사 쿡 연준 이사 또한 "일부 고무적인 신호가 최근 나타났지만,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너무나 높고 큰 걱정거리"라며 "연준의 정책결정권자로서 물가상승률을 2%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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