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12일)를 앞두고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거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낙관적인 전망치를 제시하며 연말까지 물가 지수가 대폭 하락할 거란 의견을 내놨다.
10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2월 CPI 상승 폭이 전월 대비 0.06%를 기록할 거라고 내다봤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6.43%를 제시했다. 자동차 가격, 국제 유가, 부동산 임대료 등이 연달아 하락세에 놓였다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는 신차 가격은 전월 대비 0.5% 떨어지고, 중고차는 1.6% 하락할 거라고 전망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항공료가 2% 줄며 인플레이션 완화에 영향을 줄 거라는 관측이다.
월가 투자은행 중에서 가장 낙관적인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12월 CPI 전망치는 6.5%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11월(7.1%)보다 큰 폭으로 낮아지는 데 입을 모았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5.7% 상승한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5.63%를 찍을 거라는 주장을 펼쳤다.
JP모간체이스는 CPI 수치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선보였다. 12월 CPI 연간 상승률이 6.4~6.6%를 기록할 확률은 65%로 측정했다. 이 경우 S&P500 지수가 이날 1.5~2%가량 상승할 거라고 관측했다.
만약 CPI 연간 상승률이 6.4%를 밑돌 경우 S&P500은 3~3.5% 뛰어오를 전망이다. JP모간은 가장 낮은 확률(15%)로 6.6%를 웃도는 시나리오를 내놓으며 S&P500 지수는 2.5~3% 내려앉을 거라고 주장했다.
올해 장기 전망도 낙관적인 의견이 줄을 이었다. 골드만삭스는 미 중앙은행(Fed)가 물가 지표로 삼고 있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올해 말에는 3% 아래로 떨어질 거란 의견을 냈다. Fed의 전망치(3.5%)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 11월 근원 PCE 지수는 전년 대비 4.7% 올랐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Fed가 이르면 7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근원 PCE 물가지수가 2.5%까지 내려앉을 거라는 관측이다. 아렌드 캅테인 UBS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가 냉각 조짐을 보인다"며 "Fed는 연말까지 근원 PCE가 3.5%로 떨어질 거라 예측했지만, 2.1%까지 내려앉을 것"이라고 했다.
중요한 건 물가 지표가 아니라는 가설도 잇따른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 CEO를 역임한 모하메드 엘 에리언 케임브리지 퀸스칼리지 총장은 "지난해 투자자들의 화두가 인플레이션이었다면, 올해는 경기침체가 될 것"이라며 "Fed는 과거와 달리 시장이 어려움에 빠져도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엘 에리언 총장은 일찍이 인플레이션이 4%로 굳어질 거란 주장을 펼쳐왔다. 그는 "12월 CPI가 6.5%를 찍더라도 이게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결됐다는 신호는 아니다"라며 "인플레이션이 굳어지지 않았다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 투자책임자(CIO)도 S&P500이 올해 22% 더 떨어질 거라고 예측했다. 경기침체로 인해 주식 위험 프리미엄(Equity Risk Premium)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윌슨 CIO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ERP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를 고려하면 S&P500 지수는 지금보다 22% 더 떨어진 3000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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