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쭉쭉 빠지더니…매매가와 격차 확 벌어졌다

입력 2023-01-12 14:21   수정 2023-01-12 14:34



작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월세 선호 현상 등으로 전세 매물이 적체되면서 전세 시세가 매매가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의 전세 세입자가 매수 전환에 나서기는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4235만원, 전셋값은 2076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매매가와 전셋값 간 차이는 3.3㎡당 2159만원으로, 부동산R114가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래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작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은 동반 약세를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큰 폭으로 내리면서 오히려 격차가 커졌다. 부동산R114의 월간 누계 기준으로 작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45% 떨어졌고 전세는 3.91% 내렸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갱신청구권 사용, 대출이자 부담 확대에 따른 월세 전환 증가로 신규 전세수요가 크게 줄었다. 집값 하락기까지 겹쳐 급매로 처분하는 대신 전세로 선회하려는 집주인들이 나타나면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

매매가격과 전셋값 격차가 적을수록 매수 전환수요가 증가한다. 매매·전셋값 차가 3.3㎡당 496만원에 불과하던 2015년 서울 아파트의 매매 거래량은 12만225건이었다. 2006년(12만812건) 이후 최다 거래량을 찍었다. 당시 전세금을 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한 갭투자도 증가했다.

반면 현재는 전셋값 하락 폭이 커지면서 작년 말 전용 84㎡ 서울 아파트의 매매 대비 전셋값 차는 평균 7억여 원 수준에 이른다. 서울 아파트의 전세 세입자가 매수 전환할 때 상당한 자금력이 요구되는 셈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매매와 전세 간 가격 차가 크게 벌어진 데다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며 "전세 세입자들의 매수 전환 동력이 약한 상황인 만큼 매수심리가 회복되는 데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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