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반도체 기판(FC-BGA)’을 미래 수익원으로 점찍고 공격적 투자에 나선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FC-BGA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대량 생산한다”며 “수년 내 FC-BGA 시장에서 최소 3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해 업계 1위에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주력 사업인 카메라 모듈과 FC-BGA를 LG이노텍의 ‘투톱’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FC-BGA는 반도체 모듈을 만들 때 쓰인다. ‘기판’이란 명칭이 붙지만 부품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전자 제품용 기판과 비교할 수 없는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FC-BGA를 메모리,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연결하는 ‘기판 모양의 반도체’라고 설명한다. 미세회로 구현, 대면적화, 층수 확대 등의 첨단 기술이 총동원되기 때문이다. 기술 난도가 높은 만큼 가격도 비싸 ‘기판계의 에르메스’로도 통한다.
LG이노텍은 ‘마의 벽’ 일본을 넘어서기 위한 전략을 강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FC-BGA 시장은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 소수 회사가 주도하고 있다. 정 사장은 “일본 기업이 FC-BGA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며 “후발주자지만 이 시장을 뒤집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부터 4130억원을 투입해 FC-BGA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이 회사 CES 공식 부스에서도 FC-BGA 시제품을 전시했다. 정 사장은 “이미 대형 거래처를 확보했다”며 “여러 업체와 만나 FC-BGA 계약 확보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올해 FC-BGA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이노텍, 삼성전기 등 한국 기업은 물론이고 대만, 중국 등도 FC-BGA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 AMD 등 CPU 생산 기업이 FC-BGA를 생산하는 기판 제조업체에 신규 투자를 권유하는 상황”이라며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테크 자이언트’ 기업도 기판만큼은 입도선매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2027년까지 FC-BGA 공급난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등장할 애플 자율주행차 ‘애플카’에도 FC-BGA의 쓰임새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스베이거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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