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이코노미스트는 “세계화가 공격을 받고 있다”며 “세계 각국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한 무역·투자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세계화의 퇴조 원인으로 첫 번째 꼽은 것은 세계 각국의 보조금 경쟁이다. 유엔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조금 지출 비중은 2016년 0.6%에서 2020년 2.0%로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한국, 호주, 영국, 캐나다 주요 8개 경제권에서 GDP의 2% 수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면 연간 비용이 1조1000억달러(약 136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코노미스트는 “G7의 보조금 규모는 2020년 정점 때보다 줄었지만 코로나19 이전보다는 여전히 많다”며 “특히 반도체산업의 보조금 규모는 업계 연매출의 60%를 웃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 규제도 심화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에 적대적인 신규 정책 건수는 2016~2020년 5개년 평균치보다 8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2007년 5.3%에서 2021년 2.3%로 57% 축소됐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외국인 투자 조사 건수는 2017~2021년 5개년간 661건을 기록했다”며 “이전 5개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분석했다.
수출 통제 경향도 뚜렷해졌다. 미국의 수출통제 명단에 등록된 기업들의 수는 2018년 130곳에서 지난해 532곳으로 네 배 이상으로 늘었다. 532곳 중 4분의 1 이상이 중국 기업이다. 영국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는 “(미국의 규제로) 중국의 연간 GDP 증가율이 최대 0.6%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청정에너지, 배터리 등에서 중복 투자로 인한 비용은 세계 GDP의 3.2~4.8%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자국 산업 보호가 결국 주변국의 무역 장벽을 높여 세계가 함께 가난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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